‘어처구니’
2021-11-30 (화)
마경덕
나무와 돌이 한 몸이 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
근본이 다르고
핏줄도 다른데 눈 맞추고
살을 섞는다는 것
아무래도 어처구니없는 일
한곳에 붙어살며 귀가 트였는지,
벽창호 같은 맷돌
어처구니 따라
동그라미 그리며 순하게 돌아간다
한 줌 저 나무
고집 센 맷돌을 한 손으로 부리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
마경덕 ‘어처구니’
근본이 다르고 핏줄이 달라서 한 몸이 되었을 것이다. 맷돌 손잡이까지 돌이었다면 시종 덜그럭거렸을 것이다. 한 치도 양보 없어 서로를 갉아먹다가 부서져버렸을 것이다. 하나는 강하고 하나는 무르니 천생연분이다. 메주콩을 갈 때 물 먹은 어처구니는 부풀어 빠지지 않는다. 쓰임을 벗어나 마른 어처구니는 가볍게 자유를 얻는다. 고집 센 놈은 고집 때문에 부림을 당한다. 커다란 황소를 잡아끌 때 작은 코뚜레 하나면 족하다. 우락부락한 당신을 길들일 때 꽃 같은 아내의 눈짓 하나로 족한 것처럼. 반칠환 [시인]
<마경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