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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법률 칼럼 - 학교폭력에 대한 민사소송

2021-11-19 (금) 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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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한인 학부모로부터 중학생 자녀가 학교에서 급우에 의해 구타당해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전화를 받았다.

나의 자녀가 학교에서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면 분노하지 않을 부모는 세상에 없다. 당장 학교로 찾아가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할 것이다. 만약 피해자의 부상 수위가 심각하다면 학교 측의 조치와는 별도로 가해 학생 및 학생의 부모들을 상대로 법정 소송까지도 당연히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단순한 학교폭력을 놓고 학교(학군)와 가해 학생, 그리고 가해 학생의 부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거나 현실적으로 득이 되지 않는다.


학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과거에 가해 학생의 폭력 행사에 대해 수차례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승소하기 어렵다.

만약 폭력을 당한 이유가 신체 및 정신적 장애(disability), 또는 인종차별 때문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이 역시 학교 측에서 가해 학생의 인종차별적 성향을 알고 있었음에도 방치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된다.

가해 학생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는 승소할 가능성은 크지만 미성년자 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 피해 배상금을 지불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학교폭력 가해자의 부모에게는 법적 책임이 따를까?

뉴욕주 법에 따르면 미성년자 자녀가 과실이나 고의적인 사고를 일으켜 누군가가 피해를 입었을 때 가해자의 부모는 대부분의 경우, 법적 책임이 전가되지 않는다.
단 예외 사항은 있다.

가해자(미성년자) 부모를 상대로 피해자가 법적 책임을 물 수 있는 경우는 ▲가해자가 부모가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과실이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을 때 ▲미성년자 자녀에게 자동차를 비롯한 기계나 물건을 맡긴 뒤 자녀가 그 물건으로 제 3자에게 부상을 입혔을 때 ▲자녀가 제 3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행동을 부모가 제시하거나 허락했을 때 ▲부모가 자녀의 폭력적인 성향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 이에 대한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등이다.

따라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가해 학생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는 ▲부모가 자녀에게 학폭을 저지를 것을 지시했거나 부추겼을 때와 ▲가해 학생이 과거에도 폭력 사례가 수차례 있었을 때 등 뿐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가해 학생 본인을 상대로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이나 평결을 받아낼 수 있지만 미성년자들은 재산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간낭비다.

만약 피해가 신체적이 아닌 물질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뉴욕주 일반 책임법(General Obligations Law 3-112)에 따르면 10세에서 18세 미만에 달하는 미성년자가 고의적으로 누군가의 재산이나 부동산을 훼손했을 경우, 가해 미성년자의 부모나 법적 보호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성년자가 ‘허위 폭탄 신고’를 했을 경우에도 부모가 최대 5,000달러까지의 보상금을 내야 될 수 있다.

<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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