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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류대란

2021-10-28 (목)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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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만의 수출입 화물 적체가 심각하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시작될 무렵 오히려 수출입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들어 미국에서 가전제품 등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출이 늘어났다. 미국 서부 부두에서 내륙의 수입자에게 이르는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휴무 등으로 배달이 늦어지는 병목 현상이 생기며 물류 대란이 발생했다. 선박 공급 부족으로 운임은 치솟고 주문 상품의 배송일도 지연되고 있다.

수출 상품은 컨테이너에 실려 운송되는데 물류의 흐름이 막히면 컨테이너가 수출지로 되돌아오지 못하니 수출 작업이 불가하다. 또 부두에서 컨테이너가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면 박스를 저장할 장소가 없어 컨테이너 선박을 입항시킬 수 없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다보니 한국·중국 등에서 수출용 컨테이너와 컨테이너 선박이 부족하게 됐다. 이런 장비와 선박의 13%가 이동하지 못하는 상태로 멈췄다. 공급이 줄어드니 운임이 많게는 10배까지 치솟았다.

이런 현상은 국제무역에 큰 장애가 된다. 운송인들도 운임 상승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배를 빌릴 때 선주에게 지급하는 용선료가 올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정기선 형태의 컨테이너 운송은 공표한 대로 출항과 입항이 이뤄져 적시에 수입자에게 운송물이 전달돼야 한다. 현재 정기 선사의 정시율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낮아졌다.


컨테이너를 제때 반납하지 못해 드는 비용을 두고 운송인과 수입자 사이에 분쟁도 다수 발생했다. 높아진 운임은 수입국의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미국의 물류 대란으로 수출 단가가 올라 수출 대국인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까. LA 항구에 대기하는 선박은 80여 척에 이른다. 부두에서 컨테이너가 내륙으로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부하가 걸린 미국 내륙 물류의 흐름을 뚫어주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화물 수입량이 줄어들어야 한다. 미국 내에서 소비자인 국민들이 불요불급한 물건 외에는 구입을 자제해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위드 코로나’로 재난지원금이 더 이상 지급되지 않으면 일시에 높아졌던 구매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건다.

컨테이너 화물을 수출지에서 항공 화물로 바꿔 수송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선박의 항해 속도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한국에서 미국 서부까지의 항해 일수는 통상 10일인데 이를 20일로 늘리는 것이다. 25노트에서 12노트로 항해하면 항해 일수가 2배로 늘어나게 된다. 한 척당 10일만큼 도착 시간이 지연되므로 항구는 휴식기를 가지게 된다. 이 공백 기간을 이용해 적체된 물류의 흐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기 선사의 감속은 공급을 줄이는 결과가 돼 경쟁법 위반, 선적지에서의 출항 지연 및 양륙항 도착 지연 등에 따른 화주의 손해배상 청구에 직면하게 된다. 물류 대란이라는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운송인이 손해배상 문제에서 면책되도록 해야 한다.

또 콜롬비아강을 따라 내륙으로 들어가는 포틀랜드 등 혼잡이 덜한 항구에 몸집이 가벼운 중형 컨테이너 선박을 더 보내자. 이를 위해 이해 당사자인 화주단체, 3대 얼라이언스의 9대 정기 선사들, 미국·한국·중국·일본 등 정부 당국이 모여 해결책을 강구하자.

장기적으로는 해상에서 컨테이너가 도착할 경우 내륙까지 지체 없는 물류 흐름을 보장하는 국제적인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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