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뇌물 스캔들’-. 이제는 식상하게 들린다. 아귀다툼. 아수라…. 이 말들도 그렇다.
이름 하여 ‘대장동 스캔들’, 그러니까 1조원 가까운 부패 카르텔 게이트. 한 달 가까이 대한민국을 온통 악취로 뒤덮어온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로남불 문재인 정권 5년. 도덕적 해이가 갈 데까지 간 그 처참한 현실이다.
한 마디로 아주 잘 설계된 부동산 약탈이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다. 땅을 헐값에 빼앗긴 힘없는 원주민. 그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동안 정치인, 대법관, 검찰총장, 특별검사 출신의 고위 법조인과 언론인, 토건업자들은 수 백, 수 천 억의 돈 잔치를 벌였다.
대통령의 신속^철저 수사 지시는 말뿐이다. 검찰은 하나마나한 수사에, 그나마 성남시에 최소한 1,100억 이상 손해를 끼친 배임혐의를 받고 있던 대장동 사건의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배임혐의를 빼버렸다. 아예 대놓고 권력에 대한 충성경쟁에 나선 꼴이다.
뻔뻔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부끄러움이란 건 모른다. 눈 가리고 아웅 정도가 아니다. 한 국내 비평가가 고발한 것 같이 환희 들여다보이는 투명유리 화장실 안에서 아무도 안 보는 것처럼 거침없이 배설을 해대고 있다고 할까. 그게 대장동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정부와 여당, 그리고 칼자루를 쥔 사람들이 내보여 온 행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데스 게임보다 더 황당하다. 이런 초현실적 상황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은 바로 ‘그 분’,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된 이재명이다.
전신(全身)이 의혹 덩어리다. 전과경력에서, 여배우와의 불륜설, 쌍욕으로 얼룩진 가족관계, 조폭들과의 커넥션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대한민국을 통째로 부정한다. 친일세력과 미 점령군이 지배해온 게 대한민국이라는 식이다. 그 이재명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은 부동산꾼들에, 운동권 출신들, 심지어 종북 집단인 경기동부연합 핵심 출신까지 망라돼 있다.
한국 좌파 세력의 변방 중 변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재명과 그 측근들이 중심이 된 대장동 스캔들. 거기에다가 미래권력(?) 결사옹위에라도 나선 듯한 586세대 문재인 사람들. 그 모습에서 뭔가 한 가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도둑정치(Kleptocracy)’다.
지배 엘리트 그룹이 공적자금을 조직적으로 도둑질해 엄청난 부와 권력을 누리는 부패한 정치 체제가 도둑정치의 정의다. 리스크는 국유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한다. 극도로 부패했다. 편 가르기가 전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폭력적이다. 도둑정치 체제의 특성이다.
조국, 추미애, 윤미향으로 상징되는 문 정권 5년은 편 가르기의 세월이었고 법의 보편타당성이 초토화된 시기였다. 대통령과 문빠로 불리는 실세들이 법을 초월한 성골(聖骨)로 군림하면서 국가기구와 법을 사익도구로 삼아왔다. 그 과정에서 진동하느니 악취였다.
이렇게 배태된 도둑정치란 암 덩어리는 더 악성으로 전이됐다. 대장동 사건, 1조원 가까운 부패 카르텔 게이트, 다시 말해 변두리 좌파와 부동산 투기꾼, 그리고 내로라하는 법조계의 거물들로 구성된 ‘부패 공동체’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이 부패 공동체가 대한민국의 입법·사법·행정 전체를 거머쥘 가능성이 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선에서 지면 끝장이다’- 그 절박감의 발로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배후의 거대세력’의 압력에 의해선지 문재인 정권사람들이 ‘묻지 마’식으로 ‘이재명 기치’아래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정국을 뒤덮고 있는 이 도둑정치의 불길하고 섬뜩한 그림자. 이는 그러면 대한민국만의 현상일까.
‘도둑정치에 대해 잘 못 된 통념의 하나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지역의 빈곤한 독재체제의 전유물로 보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지적이다.
‘도둑정치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정교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세계적인 정치지도자, 기업인 등도 그 네트워크에 가담하고 있다. 푸틴의 러시아와 시진핑 1인 공산독재체제의 중국도 다름 아닌 도둑정치 체제다.’ 이어지는 워싱턴포스트의 진단이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러시아, 특히 중국이 부패를 해외전략으로 적극 구사,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때로는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민주체제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공산당의 보검’이라는 통일전선 네트워크가 바로 그 첨병으로 민주주의 토대가 허약한 나라의 경우 막대한 뇌물공여를 통해 집권 엘리트 중 일부를 그 ‘부패의 사슬’로 묶어 ‘인질화’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의 폭로다.
인도-태평양지역, 그 중에서도 동북아지역의 남·동 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정면대립상황. 현 국제정치 상황도 다름 아닌 도둑정치세력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자유 민주주의체제 간의 지배력 확충 경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국제적 상황을 감안할 때 뭔가 한 가지 그림이 떠올려지는 느낌이다. 본선을 향해 치닫고 있는 한국의 대선은 사실상 정치적 내전으로 도둑정치세력과 자유민주주의체제 간의 대리전, 그 전초전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집단지성은 어느 방향으로 작동될까.
<
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