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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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감하는 학생인구, 미 공립교육 변화해야

2021-10-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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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립학교 재학생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넘게 중단됐던 대면수업이 올 가을학기에 재개방된 후 미 전국적으로 학교 등록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극명한 감소를 보여주는 곳이 캘리포니아 주, 그중에서도 최대 교육구인 LA통합교육구(LAUSD)다. 새 학기 LA통합교육구의 학생 등록률은 6%가 감소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이고 교육구가 예상했던 수치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LA는 학생 수가 넘쳐나 고민이었다. 과밀학급 문제가 대두됐고, 버싱과 연중수업제가 실시됐으며, 곳곳에 학교가 신축됐다. 1997년부터 2017년까지 20년 동안 LA교육구 내에 새로 지어진 학교는 무려 131개. 한인 타운에도 구 앰배서더 호텔 자리에 세워진 R.F.케네디 스쿨을 비롯해 여기저기에 알록달록한 새 학교 건물들이 숱하게 들어섰다. 그때 70만명을 헤아리던 학생 수가 현재 40만명으로 떨어졌으니 거의 반토막이 난 것이다.

공립학교 학생수가 계속 감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2020 센서스에서 나타났듯이 인구증가가 정체됐고, 출산율이 하락했다. 생활비가 비싼 지역을 떠나 저렴한 지역으로 이주하는 가정이 늘었고,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민제한 정책으로 수년간 합법 및 불법이민자의 유입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 요소로 지적된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공립학교 교육에 대한 많은 미국가정의 불신이다. 미국 공교육의 질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낙후돼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격수업이 실시된 후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우려와 불만이 치솟으면서 지난 해 홈스쿨링 하는 가정이 전국적으로 2배 이상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때문에 여유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고, 차터 스쿨을 선택하는 가정도 계속 증가추세여서 이대로 가다간 폐교가 잇달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급변하는 사회와 환경에 발맞춰 공립교육의 내용을 개선하고 질을 높이는 변화가 필요하다. 교사 대 학생의 비율을 줄이고, 전문화된 교사훈련과 학생 개개인에게 집중하는 시스템, 강화된 애프터스쿨 프로그램 등 미래인력을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 이제 교육은 ‘백년대계’가 아니다. 직면한 문제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는 탄력적인 교육제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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