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에서 인종학 과목을 고교 졸업 필수과목으로 제정하는 법안이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서명으로 확정됐다. 미국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종에 대해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법으로 제정한 것은 캘리포니아 주가 처음이다. 가장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고, 가장 이민자 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으니 가장 처음 인종학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제 가주의 학생들은 이 땅의 주인이었던 아메리칸 원주민을 비롯해 흑인, 라티노, 그리고 미국인구의 7.2%를 차지하는 아시안 이민자 등 주류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배제돼왔던 소수계 인종들의 구체적인 역사와 고난 극복의 과정들, 그리고 미국사회에 대한 기여 등을 학교에서 교과과정을 통해 필수적으로 배울 수 있게 됐다.
인종학 수업지도안에는 당연히 한인 이민사도 포함됐다. 1903년 하와이 이민에서부터 시작된 한인 이민 선조들의 역사와 LA 폭동을 통해 소외된 이민자 커뮤니티로서 한인사회가 어떻게 편견과 차별을 딛고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했는지 등이 토론 수업 주제로 들어갔다. 또 추가 주제로 도산 선생, 김영옥 대령, 새미 리 박사 등 한인 이민사의 출중한 인물들이 다뤄졌고, 3.1 운동과 독립운동사의 의미, 그리고 최근의 K팝의 인기와 영향력 등까지 포함됐다.
한인 이민사가 인종학 수업지도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한 데는 한인사회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교육계를 중심으로 한인 이민 및 역사 관련 학습지도안을 마련해 캘리포니아 주 교육당국에 제출하고 이것이 실제 교육과정에 포함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었다. 그 노력이 구체적 결실로 맺어진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이 법안은 2026년부터 시행돼 2030년 졸업생들에게 적용된다. 그 과정에서 한인사가 좀더 교과과정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는 일이 필요하다. 한인 교육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인종학 자문위원회가 구성돼있는 만큼 한인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즘도 매일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과 폭행의 소식이 들려온다. 교육을 통해 인종의 차이를 배우고 이해를 넓힌다면 미국사회의 고질적인 인종차별도 차츰 사라질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 가주의 인종학 필수과목 지정이 향후 다른 많은 주들에도 영향을 미쳐 미국사회가 다양성을 견인하는 건강한 공동체로 통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