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개월 만에 1,190원대 돌파… 1,200원대 진입도 가능
▶ 한국산 수입업체 웃고, 지상사·기러기 가족 울고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게시되고 있다. <연합>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3.6원 오른 달러당 1,192.3원에 마감했다. 환율 종가가 1,19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4일(종가 1,194.1원) 이후 14개월 만이다. 올해 1월, 1,080원대를 기록했던 환율이 10개월 만에 무려 90원 넘게 급등한 것이다.
특히 이날 환율은 장 마감을 앞두고 1,192.9원까지 올랐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8월5일(1,193.0원) 이후 가장 높았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임박한데다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원·달러 환율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까지 나오면서 강달러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불안 요인들로 인해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 대에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의 헝다그룹 사태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완전 해소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선을 향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에 환율에 민감한 뉴욕 한인경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웃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을 해야 하는 수입업체들에게 원·달러 환율 상승은 희소식이다. 한국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수입업체들은 달러 강세로 생긴 환차익으로 수입 대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 운임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상쇄할 수는 없지만 가뭄 속 단비는 될 것이란 기대다. 또한 한국 여행을 계획 중인 한인과,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보내드리는 한인, 한국에서 얻은 은행 융자금 등을 매달 갚아야 하는 한인 등 한국으로 송금을 해야 하는 한인들도 원·달러 환율 급등이 반갑기만 하다. 달러 강세로 달러 당 환전 받는 원화가 많아지기 때문으로 강 달러의 위력을 체험할 수 있다.
■울고
반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을 받아야 하는 한인 및 지상사 직원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이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송금을 받아 생활하는 기러기 가족과 유학생, 그리고 매달 한국 본사에서 보내오는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지상사 직원들은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실제 손에 쥐는 생활비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똑같은 액수의 원화를 송금해도 높아진 원·달러 환율로 더 적은 액수의 달러를 받게 되는 것으로 기러기 가족이나 유학생들은 생활비 부담이 더 커지고, 지상사 직원들은 달러 약세 때 보다 훨씬 가벼워진 월급봉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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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