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시키고, 앱을 삭제한지 두 달 하고 2주째. 어느 덧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인스타그램 앱을 누르기 위해 아이폰 스크린 위를 방황하던 손가락은 평온을 되찾았다.
프랑스의 소설가 폴 부르제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는 대로 생각하게 만드는 크나큰 장애물을 인지하게 됐다. 바로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그리고 알고리즘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라는 사람이 삶의 주체가 아닌 미디어에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던 꽤나 충격적인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독서와 운동처럼 생산적이고 건강한 활동으로 채우려했던 여가시간에 ‘이것만 보고 그만 봐야지’라는 생각만 수백 번 되뇌이며 결국 4~5시간을 허비해버리는 처참한 경우가 나날이 반복됐고, 겉보기엔 스마트폰의 주인이었지만 사실상 스마트폰의 노예로 전락해버린 것만 같았다.
지난해 최대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넷플릭스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점령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더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를 제작했다. 영화는 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를 중심으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수많은 소셜미디어 기업의 핵심 인력과 앱 개발자들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며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인간의 뇌를 잠식시키는지 그 비밀을 밝힌다.
그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뇌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사용자에게 무의식적인 습관을 심는다”라며 “인간의 심층부에서부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다. 책상 위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계속 눈이 가고 손을 뻗기 마련인데 재밌는 게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 개발자들의 의도된 디자인라고 설명한다. 이를 듣고 그동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앱을 한번 열면 통제할 수 없이 솟구치던 강력한 욕구가 그저 단순한 의지 또는 자제력 부족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우쳤다.
그는 한때 구글에서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심리를 꿰뚫어 조종하는 작업에 동참했던자 였지만, 결국 윤리적인 측면에서 소셜미디어가 인간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전반적인 IT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불만과 위기의식을 느껴 업계를 떠나 인도적 기술센터(Center for Humane Technology)를 설립한 근황을 전한다.
유튜브, 구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수많은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쉴 새 없이 수집하며 점점 더 사용자의 입맛에 딱 맞는 동영상, 사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들에게 수많은 광고를 노출시켜 수익을 낸다. 겉으로는 사용자들을 위한, 사용자들에 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듯 하지만 그들의 관심은 오롯이 데이터 수집을 통한 수익창출에만 기울어 있을 수밖에 없다.
니콜라스 카는 그의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발명가들은 기술에 대한 지적 윤리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기술을 사용하는 자들 역시 그 윤리에 대해서는 잊고 있다. 그들 역시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실용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은 사실상 광고주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그저 순진하고,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스마트한 분별력을 갖추고 이에 절제력을 더한 소비생활을 배워가야 한다.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계의 기념비와도 같은 책 ‘미디어의 이해(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에서 “미디어의 영향력은 우리 인식의 방식을 꾸준히, 아무런 저항없이 바꾸어 놓는다”라고 말했다. 이미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그리고 알고리즘의 노예로 전락했다면 이제는 깨어나 저항할 때다.
그간 자신도 모르게 꾸준히 쌓아온 미디어 노폐물을 머릿속에서 꺼내 밖으로 배출하는 소셜미디어 디톡스를 일정 기간 동안 실천할수도 있다.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을 점차 줄이거나, 앱을 지워버리고, 계정을 일시적으로 비활성화 시키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현대사회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을 하루아침에 갖다 버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스마트폰을 더욱 스마트하게 사용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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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빈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