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미국의 코비드-19 사망자 수가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이었던 1918년 스페인독감의 사망자 수 67만5,000명을 넘어섰다. 22일 현재 67만7,086명(CDC 통계)의 미국인이 신종바이러스감염증으로 숨졌다.
지금과 103년 전의 의료 수준을 비교할 때 이건 치명적인 수치다. 그동안 미국인구가 3배 늘었다고는 해도, 눈부신 의학발전과 백신까지 나온 상황임을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패배다. 당시엔 팬데믹 경험도 없었고, 제1차 대전 중이라 유럽과 미국이 불안정한 상황이었으며, 행정력 미비, 정치적 혼란 속에 의료체계가 너무 허술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백신은커녕 치료제도, 인공호흡기도 없었으니 대처법이라곤 격리, 개인위생, 공공모임 제한 등의 비약품적 조치밖에는 없었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은 좌절감을 안겨준다. 게다가 지금도 매일 약 2,000명이 죽고 있고, 겨울이 되면 더 증가하므로 코비드-19 사망자 수는 내년 1월까지 약 10만 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패배는 과학과 의학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첨예한 정치적 대립, 당파싸움으로 인한 억지와 불통과 무지와 편견이 빚어낸 참담한 결과다. 여기에 각종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번져나가면서 백신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참화를 방조했다. 67만여 사망자 대다수는 억울하게 소모된 생명이다.
지금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억3,000만여 명, 사망자는 473만여 명(9월22일)이다. 미국은 누계 확진자와 사망자의 두 수치 모두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백신을 개발한 미국의 백신접종률은 64% 이하로, 선진 7개국(G7)은 물론 백신 후발주자인 일본(65.6%)과 백신 확보로 어려움을 겪은 한국(69.0%)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다. 세계 최고의 과학수준을 자랑해온 미국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전국 곳곳에서 백신접종 의무화에 반대하고 시위하고 심지어 소송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집단면역은 요원한 희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