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오만은 오판을 불러들이고…

2021-09-20 (월)
크게 작게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까’-. 지난 3월초였나. 이 질문에 꽤나 구체적 답이 나왔던 것은.

“대만은 중국의 야욕 목표 중의 하나다. 앞으로 10년 안에, 사실상 6년 내에 침공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퇴역을 앞둔 필 데이빗슨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연방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3개월 후 새뮤얼 파파로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의 의도가 우려된다. 그 때가 내일이 될지, 내년이 될지, 6년 후가 될지 우리에게는 아무 차이가 없다. 미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에 대비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같은 무렵 미 육군 수뇌부 일각에서는 기계화 전투여단을 대만에 주둔시키는 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었다. 중공군의 대만 상륙에 대비해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사실상의 ‘연계철선(tripwire)’을 깔아두자는 논의였다.

무엇을 말하나, 중국의 대만침공위협은 더 이상 ‘if의 문제’가 아닌 ’when의 문제’로 보여진다는 거다. 베이징에서 나오는 시그널들도 그렇다.

내부 모순이 쌓여간다. 경제는 성장을 멈추었다. 인구는 고령화되면서 자칫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린 것도 그렇다. 예후가 썩 안 좋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중국에서 재연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 이러다가는 중국몽을 이룰 ‘기회의 창’을 놓칠 수도 있다. 몹시 초조해진 것이 시진핑의 입장이다. 더 시간이 가기 전에…, 이 내부 문제를 ‘외부화(externalize)’하는 거다. 중화민족주의를 선동해서….

이미 그 예비 작업은 마무리됐다. 남중국해의 군사화가 그것이다. 그런데다가 남중국해를 통과하려는 모든 외국선박은 사전에 신고할 것을 선포했다. 이보다 앞서 발표한 것이 일방적인 해경법 시행이다. 중국의 해역을 침범한 외국선박에 대한 무력사용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할 때 베이징의 대만에 대한 위협은 현실적이고, 또 날로 증대하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관측통들의 진단이다.

‘미국은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리먼 브라더스 도산사태가 발생하자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 확신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 사회는 마비되다시피 했다. 코비드 팬데믹 엄습과 함께. 2020년의 상황으로 베이징의 미국 쇠망론에 대한 확신은 더 굳어졌다. ‘서방은 지고 동방은 부상하고 있다’고 시진핑이 선언한데서 볼 수 있듯이. 그리고 1년이 못돼 카불이 함락됐다. 탈레반이 되돌아오면서 1975년 사이공 함락 후보다 더 참혹한 상황을 미국은 맞닥뜨렸다.

그러자 나온 것이 ‘종이호랑이론’이다. 미국은 종이호랑이로 그 미국에 의존하는 미국 동맹국들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야유에, 경고를 베이징은 계속 퍼붓고 있다.

베이징의 이 주장은 심리전용의 단순한 선전선동일까. 아니면 미국 쇠망론에 확신에, 확신을 거듭, 그에 따른 턱없는 오만감의 발로로 보아야할까.

후자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것이 미 의회전문지 힐의 분석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오만은 오판을 부른다. 중국공산군의 대만침공 가능성은 그만큼 더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대만침공설과 관련해 던져졌던 본래의 질문은 ‘대만은 침략군을 격퇴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그 질문이 2000년대 들어 양안의 군사적 균형이 중국 쪽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대만은 미군이 도착할 때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

카불함락 이후 그 질문은 또 다시 바뀌었다. ‘실제로 중국의 침공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은 대만을 버리지 않을까’하는 것으로.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한 것 같이, 그 답은 한 마디로 ‘노’란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진단이다.

쉽게 말해 대만은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다. 아프간 상황과 대만의 상황을 동렬에 놓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대만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시대를 맞아 미국으로서는 거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전략적 요충지대다. 대만해협은 세계무역 물동량의 30% 이상이 지나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잇는 주요 수로다. 동시에 중국이 태평양 외해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제1 도련선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이 대만을 중국이 점령할 경우 남중국해는 중국의 내해가 되고 오키나와 방위선도 뚫려 일본의 안보도 무너질 수 있다.

미국이 대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요소는 반도체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업체)인 TSMC가 대만 업체라는 사실이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중국은 반도체 경쟁에서 일거에 미국을 제압할 수 있다. 그러니….

‘중국의 대만 점령은 1940년 나치의 프랑스 점령과 비교할 수 있을까’-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계속되는 지적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를 공산전체주의 체제가 침공해 전복하려들 때 미국 등 다른 쿼드 나라는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국 전함들도 대만해협으로 달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 한국은 어느 편을 들까. 혹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