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에 워싱턴 한인들의 상권인 애난데일에서 10분 거리인 바미안(Bamian) 아프가니스탄계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탈레반이 2001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바미안 주 돌산에 거대하게 만든 부처님 석상을 우상숭배라고 아주 흔적도 없이 부숴버린 바로 그 바미안의 이름을 딴 식당에서 말입니다.
한때는 점심 뷔페가 아주 좋아서 몇 번 가다가 코로나19 이후 뷔페를 안 해서 안 갔었습니다. 그러다가 아프칸 브레드라는 진흙 화덕에 구운 납작 빵과 그 빵을 찍어 먹는 소스가 그리워 한두 번 갔었습니다.
인기가 있는 케밥 플래터를 먹곤 했는데 이는 닭고기, 샤미(양념한 쇠고기) 그리고 양고기 3가지에다가 자스민 쌀로 된 볶음밥. 야채가 제공되는데 아주 맛이 있었지만 사이드로 제공되는 아프칸 빵까지 다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아서 오늘은 2달러가 싼 13.99달러의 바미안 케밥을 먹었습니다.
이 레스토랑이 집에서 30분 거리라 점심 한 끼 먹으러 꼭 가야할 필요는 없었지만 하루 종일 뉴스에 고국에서 탈출하려는 그들의 절망스러운 눈길을 잊을 수 없어 이곳 식당의 분위기는 어떨까 해서 갔었습니다.
12시30분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라 한참 바쁠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조용했습니다. 식사를 하는 손님들은 아니었지만 홀 중앙에 몇 명이 부지런을 떨고 있었습니다.
남자 중 한 사람만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몇 명의 여자들은 히잡이나 부르카는 커녕 찢어진 진 바지 또는 반바지를 입고 부지런히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오늘 저녁에 결혼식이 이 식당에서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아프간식 전통 결혼식은 아니겠지요.
식사 손님 3테이블 중에 하나였던 나는 먹다 남은 아프간 브레드를 봉투에 넣고 나오면서 꽃을 나르고 화환을 정리하던 한 키가 크고 퉁퉁한 거구의 여인에게 누군지 모르지만 행복한 결혼 축하한다고 한마디 하니 그 거구의 아프간 여인이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의 눈동자는 그 대답과 달리 좀 공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당에서 나와 집으로 오면서 근간의 TV에서 보던 여러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공항으로 달려가는 수많은 난민들 모습, 철조망 위로 어린 아이를 집어 던지는 모습, 총을 맞고 죽어가는 여인의 모습, 그러다가 도망 나온 아프간 대통령의 모습을 보다가 문득 한국의 여러 정치인들의 얼굴이 겹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문자답을 해보았습니다. 만에 하나 북한이 탈레반처럼 한국에 쳐들어 와서 점령했다면 김 모 전 국방장관처럼 북한에 강경대응을 주장했던 사람을 먼저 죽일까? 아니면 북한에 밀사로 돈을 건넨 사람, 비밀리에 회동 협상을 하거나 또는 물자나 자금 등 여러 혜택을 준 사람들을 먼저 죽이지 않을까?
나는 그들이 자기네의 비밀이랄까 치부를 너무 아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북한에 협조적이었던 그들을 먼저 죽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6.25 전쟁 때에도 남로당 당수를 지냈던 골수 공산주의자 박헌영을 위시하여 월북한 남로당원 전부가 숙청당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말입니다.
이러한 가정이 결코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미군이 철군하고 어쩌고 하기 전에 한국인들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말입니다. 오히려 북한의 김정은이 탈레반 사태를 보고 더 긴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불안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불나방 같은 종북 일파, 그리고 광우병, 미선이 효선이 사고 때에 보여준 집단 광기의 한국인들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제 한국인 모두가 이러한 불행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합니다.
우리 한인 모두가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모국을 둔 재미동포이어야지 아프간 사람처럼 동정 받고 숨죽여 사는 민족이 되지는 말아야겠지요. 그러니 우리 한인 모두 열심히 현 아프간의 탈레반 사태의 교훈을 널리 알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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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