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레반 전국장악 공포, 바이든 ‘국익위해 철군’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속전속결 점령하면서 아프간 정부가 속절없이 붕괴되자 하루아침에 모든 게 뒤집힌 아프간은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공항은 탈출 행렬로 아비규환이고, 수도 카불 시내는 공포에 질려 숨소리조차 얼어붙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입성한 탈레반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전광석화처럼 대통령궁을 접수했다. 이미 탈레반은 무장대원들을 정부 청사와 대사관, 외교 공관 등에 파견했고, 주요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하는 등 국가 기반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수도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는 16일 필사의 탈출극이 펼쳐쳤다. 외국으로 탈출하려는 아프간 시민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소셜미디어에는 여객기를 향해 수천 명이 활주로를 내달리는 모습, 아이를 업은 시민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가는 모습, 열린 탑승구 안으로 들어가려고 몸싸움을 하거나 계단 난간에 거꾸로 매달린 위험천만한 모습 등이 올라왔다.
결국 공항 당국은 모든 민항기는 물론 군용지 운항까지 한때 중단했다.
또 공항을 지키던 미군을 향해 총을 쏜 총기 소지자 2명이 미군의 대응에 숨지고 항공기 바퀴에 매달린 시민 2명이 추락사하는 등 최근 3일간 최소 7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후 미군 합동참모본부는 카불 국제공항의 운영이 16일 밤 재개됐으며 공항 관제 업무도 미국이 맡고 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정부 붕괴 사태와 관련, 미군을 철수시켜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16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특히 아프간 정부가 포기한 전쟁에서 미군이 희생돼선 안 된다며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 머물며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의 예상보다 빠른 아프간 함락과 관련해선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은 포기하고 국외로 도피했고 아프간군은 때로 싸우려 하지 않는 등 포기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