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대대적인 백신 접종에 힘입어 안정되는가 싶더니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증하면서 다시 확산일로에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급기야 LA 카운티를 비롯, 일부 주와 지방정부들은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다시 꺼내들었고 이같은 확장세는 미국 경제 회복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미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미국 역사상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서브프라임 사태가 야기한 2008년 글로벌 금융사태, 또 1970년대 석유파동, 1920년대 대공황 등은 경제적인 불황이어서 어느 정도 예측과 대처가 가능했다.
반면 코로나 팬데믹은 보건 비상사태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양상이다.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 처음 경험해보는 초유의 사태여서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거리를 헤매는 느낌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미 기업들은 올 1분기와 2분기에 기록적인 순익을 기록하고 있다. 미 서부지역에서 영업하는 11개 한인은행들만 봐도 올 2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한미은행, 퍼시픽 시티 뱅크, CBB 은행과 오픈뱅크는 2분기에 분기별 순익으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가계 자산 역시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저명한 경제조사 매체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최근 조사발표에 따르면 미국인 가계 자산은 2019년 말부터 2021년 1분기까지 15개월간 16%(19조달러)나 증가하며 수십 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는 가계 자산이 8조달러나 줄었던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 과거의 경제 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3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최대 증가폭이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이같은 가계 자산증가는 연방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과 저금리로 힘입은 주택 가격 상승, 증시 활황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 누구의 가계 자산이 늘고 있냐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계 상위 1%의 순자산은 23%나 급등한 반면 하위 20%의 순자산은 2.5%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상위 20%의 가계가 전체 가계자산 증가의 70%를 차지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부의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코로나발 경제 착시현상’이라고 부른다. ‘돈이 돈을 번다’ ‘돈이 있어야 돈을 번다’라는 경제 원칙은 어김없이 작용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 상위 20% 가구는 부동산과 주식, 뮤추얼 펀드 등 가치가 빨리 오르는 자산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며 “부자일수록 가계자산이 더 빨리 증가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기록적인 순익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가격을 올리면서 증가하는 매출이 인건비와 생산비용 증가 보다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지난 3일 발표한 통계가 더 의미심장하다. 연준은 올 2분기 가계부채가 3,130억달러 늘어나 지난 2007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총 부채 규모는 14조9,600억달러로 불어났다고 발표했다.
2분기 가계부채가 급상승한데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하위 20% 가구의 모기지 부채가 12%나 증가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모지기 유예 조치 혜택에 모기지 밸런스는 오히려 늘었다.
코로나 사태 후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보복 소비’다. 보복 소비 역시 큰 부분은 부유층의 소비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다. 서민층의 소비도 늘었지만 이는 인플레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지출 증대가 더 큰 요인이다. 최근 연방 센서스 조사결과 미국민의 28%인 6,600만명은 매달 내야 하는 공과금과 비용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방 실업수당 지원금이 다음 달 초 끝나고 연방정부의 현금 지원금이 바닥나기 시작하면 서민들의 힘든 시절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물가는 무섭게 치솟는데 임금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코로나발 경제혜택은 이번에도 서민층을 비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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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국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