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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시장의 어떤 불량주

2021-08-04 (수)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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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훌륭한 인물이 대통령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동서양의 많은 사례들이 생생히 증언하고 있는 사실이다. 후보 경선과 선거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능력과 인품이 뛰어난 정치인의 성공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절차를 밟아 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약점은 잘 감춘 채 대중의 욕망에 부합하는 포퓰리스트 언사로 감정적 동조를 이끌어내는 기술이, 본질적인 자질이나 바탕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이 정치판의 현실이다.

시류에 맞춰 한껏 기대를 모으며 등장한 후 선거일까지 이미지와 지지율만 잘 유지하고 관리하면 대권을 거머쥘 수도 있겠다며 꿈을 키우는 인사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은 자질이 아닌 이미지가 점차 정치인의 모든 것이 되어가고 있는 현대정치의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욕망과 후보의 이미지에 속아 잘못된 선택을 한 쓰라린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과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이끌어 가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 현란한 포퓰리즘 수사와 언론이 만들어 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되는 일은 가능할 수 있어도 철학과 경륜이 결핍된 인물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고매한 인격자일 필요는 없지만 소신과 철학이 뒷받침된 능력만은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당위론에도 불구하고 정치라는 현실 속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내년 한국 대선을 앞두고 형성되고 있는 구도를 보면 불량주에 대한 걱정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드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불과 몇 달 전, 몇 주 전까지 현 정부의 사정기관을 책임지던 인사들이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와 대권도전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어느 순간 이들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수록 자신들의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그러면서 지지율을 의식한 계산된 행위를 지속하면서 그릇에 어울리지 않는 꿈을 키우고 있다.

특히 전 검찰총장이 대권도전 선언 후 보여 온 행보는 그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대권후보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코로나 민란” 발언에서부터 “주 120시간 노동” “없는 사람들은 부정식품이라도 먹게 해 줘야 한다”는 언급에 이르기까지 입만 열면 설화를 일으키며 전혀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문적 소양은 지극히 얕고 인식은 부박하다. 태도 역시 불량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보다도 못하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특히 “문 대통령이 당선될 때 41%였던 지지율이 4년차에도 40%대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그의 시비조 발언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자가당착 망언이다. 대통령에게 40%대의 지지를 보내고 있는 국민은 같은 여론조사에서 자신에게 30% 내외의 ‘이해되지 않는’ 지지를 나타내고 있는 바로 그 국민이기도 하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예의조차 보이지 않는다.

또 국민의 힘 입당을 놓고 한참 줄다리기를 할 것처럼 굴더니 지난 주말 전격적으로 국민의 힘으로 뛰어 들어갔다. 의중과 계산이 무엇이든 그는 이 처신 하나만으로도 국회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기소됐던 국민의 힘 의원들에게 내렸던 처분이 사심 없이 공정했는가라는 의심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콘텐츠는 둘째 치고 별로 깨끗해 보이지도, 정의로워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선두권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그의 내재적 가치 때문이 아니다. 이런 거품 뒤에는 특정후보를 띄워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작전세력’들이 있다. 대선시장에서는 일부 미디어들과 정치인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

대선시장의 불량주 득세현상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것은 몇 년 전 미국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테라노스’ 가짜 신화였다. 테라노스는 손가락에서 채취한 피 몇 방울만 있으면 260여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메디컬 키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일약 바이오 업계의 총아가 된 스타트업이다. 한때 기업가치가 90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모든 게 거짓임이 드러나면서 한순간에 몰락했다.


아무런 원천기술도 없는 업체가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거짓PR과 무책임한 보도, 그리고 시류영합 정치인들이 있었다. 특히 경제지 포천은 테라노스의 ‘성공신화’를 앞장서 포장해주었으며 정치인들은 테라노스의 이미지를 이용하기 위해 이 사기 기업의 적극적인 후견인이 되길 마다하지 않았다. 정치판에서도 전혀 바탕이 갖춰지지 않은 인물을 그럴듯하게 띄워주면서 약점은 숨겨주는 부도덕한 포장이 횡행한다.

권력은 어차피 순환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음 정권은 야당으로 넘어가도 괜찮다. 그렇게 경쟁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인물에게 그 권력이 위임되느냐 하는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이다. 정권교체가 타당한 의미를 가지려면 더욱 그렇다. 유권자들이 최고의 우량주를 선택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악의 불량주만은 피하는 대선이 돼야한다.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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