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ius, Altius, Fortius!(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도쿄올림픽이 한창이다.
승리보다 참가에 의의가 있다. 국가대항전이 아니다. 정치와는 무관하다…. 또 다시 되뇌어지는 올림픽 정신이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국가별 메달 수다.
‘미국은 40개, 중국은 33개의 금메달을 딸 것이다’- 미국 내 대부분 베팅 사이트(betting site)의 예측이라고 한다.
중국의 첫 메달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나왔다. 그리고 사반세기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은 48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미국(36개)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뒤이은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미국은 금메달 획득에서 잇달아 1위를 차지, 실지를 회복했다.
코비드 펜데믹으로 1년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팬데믹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관계는 전방위적인 극한대립의 상황에 빠져들었다. 그런 정황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이다.
관심은 따라서 ‘올림픽 지정학’이라고 할까, 그런 측면에 쏠리고 있다고 할까. 경제력, 군사력, 기술력에서 미국을 바짝 뒤좇고 있는 중국이 메달경쟁에서 라이벌 미국을 얼마나 따라붙을지, 아니면 추월할지….
최고 4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7~8위가 대부분이고 10위 밖을 넘어선 적은 거의 없다. 84년 LA 대회이후 한국이 역대 올림픽에서 낸 종합 성적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의 경우 최소 7개 이상의 금메달에 종합순위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최근의 역대 종합순위는 대한민국은 중견국가(Middle Power)임을 단적으로 알려주고 있다면 지나친 억견일까. 아마도. 그렇지만 일면 현실적 척도라는 생각도 든다.
올림픽 메달 경쟁에서 1,2위를 다투어온 나라는 항상 초강대국이었다. 그리고 6위에서 10위 안팎 서열에 포진해온 나라들은 중견국가들이었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사실 중견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은 각종 주요 통계로도 입증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6000억 달러를 돌파, 세계 10위권이다. 국방비 지출은 8위로 프랑스를 앞선다. 거기다가 한국의 인구는 5100여만으로 경제력, 군사력, 인구에서 중견국가의 문턱을 넘어선지 오래다.
소프트 파워란 측면서 볼 때도 중견국가로서 손색이 없다. 한류열풍과 함께 K팝, K드라마는 국제 상용어가 된지 오래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에 성공했고, 민주화도 이룩했고 이제는 자체의 브랜드를 보유한 문화대국으로 널리 인식돼 있다.
그래서인가.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 기대는 다름이 아니다. ‘책임 있는 중견국가(Responsible Middle Power)’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인권문제다. 인권은 전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관이다. 국가 주권보다도 우선시 되는 것이 인권이다. 남의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인권문제는 거기서 예외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합의다.
인권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면 한국은 엉거주춤 외교를 한다. 특히 중국이 그 가해자인 경우에는, 홍콩사태, 신장위구르 인종청소 만행, 대만문제 등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쏟아지는 비판이다.
책임 있는 중견국가라면 원칙이 있는 외교를 펴야 한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세계시민이란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해 나름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과 관련된 현안이면 무조건 입을 다문다. 중견국가로서 아예 외교를 상실했다고 할까.
“한국은 두 가지 영역에서의 문제로 중견국가로서의 위상이 무너질 수도 있다.” 한국문제 전문가 로버트 켈리의 지적이다. 그가 지적한 한 영역은 한국이 맞고 있는 ‘인구 지진’이다. 계속 떨어지고만 있는 출산율, 이는 재앙으로 다가 오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역시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한국의 입지를 흔들고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 ‘성숙되지 못한 외교’를 지적됐다.
모든 사안을 좌파 이데올로기의 자로 재단하려 든다. 그러니까 미리 가지고 있던 정치이념에 현실을 맞추는 이념 정책을 감행했다. 이게 문재인 정권의 지난 4년이다.
이념 정치는 정권을 절대화 시키게 마련이다. 그 연장에서 상대 정치세력은 적폐세력으로 몰아야 한다. 토착왜구로 매도하고, 인격 테러도 마다 않는 등 외교도 이런 식으로 해왔다.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극진한 예로 섬겼다. 반면 마치 반일이 대한민국의 국시(國是)라도 되는 양 죽창가를 불러대면서 고취해온 것은 혐일감정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이웃나라의 큰 잔치다. 그 도쿄올림픽 행사에도 문 대통령은 이래저래 이유를 대다가 불참하는 옹졸함을 온 천하에 과시한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행사에 아베 전 일본 총리는 아무런 요구를 내세우지 않고 참석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 편 오매불망, 정성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 김정은과의 만남이다.
일본과 한국은 씻기 어려운 구원(舊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문제와는 별도로 일본은 같은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이웃으로 함께 미래를 열어가야 할 파트너다.
이 같이‘ 좌파 이데올로기에 납치된 문 정권의 외교’는 국제적 고립을 자초. 한국이 추구해야할 ‘책임 있는 중견국가’의 이미지를 크게 퇴색시키고 있다는 거다. 틀리지 않는 분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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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