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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중국 암초론’, 그 진상은…

2021-07-19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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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감이 일시에 몰려든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다. 북한 문제 관련 뉴스를 접하게 될 때마다.

북한 비핵화니, 한반도 비핵화니 하는 논란에서, 톱-다운 식 일괄타결이니, 단계적 접근법이니 하는 방법론에다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니 하는 말들을 들어온 지 벌써 몇 년째인가. 그런데 뭐 하나 타결기미는 보이지 않고. 그러니….

북한 핵문제는 도대체 해결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관련해 새삼 떠올려지는 질문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중국은 북한 문제 해결의 파트너란 것이 한동안 상식이었다. 그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 역할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에, 더 나가 북한 비핵화를 막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라는 쪽으로.

한 마디로 북한의 핵 포기와 더 나가 불법 활동을 막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음으로 양으로 방해해온 것은 베이징이라는 ‘중국암초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출신 북한 전문가 안드레 란코프는 그 ‘중국암초론’의 실마리를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무엇을 원하고 있나’라는 근본적 질문 제기와 함께 풀어가고 있다.

중국은 안정된 북한체제를 원한다. 그래야만 완충지대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북한이 불안정한, 더 나가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져드는 것은 결코 원치 않고 있다.

중국은 분단된 한반도를 필요로 하고 있다. 베이징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한국의 북한 흡수통일이다. 미국의 동맹이자 보다 강력해진 대한민국과 국경을 맞대는 상황을 극력 꺼리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대립 상황에서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가고 있다. 그리고 핵전력을 갖춘 북한은 미국과의 안보, 군사적 경쟁에서 반드시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 북한이 잇단 경제제재에 팬데믹이 겹쳐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중국은 어떤 조처를 취할까. ‘북한 인민은 옥수수죽으로 연명할 수 있고 비밀경찰은 돼지고기를 매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을 할 것이다.’ 이어지는 란코프의 설명이다.


베이징이 말하는 북한의 안정은 다른 말로 하면 북한 주민을 김정은 체제의 노예상태에 놔두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럼으로써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북한. 그런 북한이 중국의 이해에 아주 잘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것.

“베이징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북한은 일당독재체제가 영속되는 북한이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 데니 로이의 진단이다. 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현상)만 바랄 뿐 비핵화는 사실상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지난1990년대와 2000년대 6자회담을 통해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서방의 자본과 기술의 투자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이 사자성어로 요약되는 전략목표에 따라 북핵 문제에 최소한 겉으로나마 협조했다. 1992년 한국과 수교를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분석이다.

피일시차일시(彼一時此一時-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라고 했나. 중국은 이제 수퍼 파워로 우뚝 섰다. (최소한 그렇다고 베이징은 자부한다.) 그리고 무역에서, 기술,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또 남중국해,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일촉즉발의 대립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지정학적 대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이 정황에서 중국의 북한 문제 접근 방향은 180도 달라졌다.

최소한 겉으로나마 미국을 돕는 시늉도 걷어 치웠다. 대신 북한 문제를 대만 문제와 연계해 대놓고 위협을 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문제에 깊이 개입하면 동북아의 다른 지역(사실상 한반도를 지칭) 안보문제가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식의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다이내믹을 북한은 면밀히 주시, 중국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과거 마오쩌둥 시대와 같은 중국과의 밀월관계를 다짐하고 나섰다. 과거의 폐쇄국가로 후퇴하고 있다고 할까.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김정은을 향해 보내는 러브콜. 그 열정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어서다. 대통령은 타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예찬론을 펴다가 국제적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런 정황에서 국가정보원장이, 또 국회의장이란 사람까지 나서서 한국정부 차원에서 교황의 북한 방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 뿐이 아니다. 정부와 여권사람들의 김정은 찬사와 유화메시지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무총리는 ‘대화와 화해의 장으로 다시 한 번 나오기를 북측의 최고지도자와 당국자들께 간곡히 요청한다’며 공개적으로 애걸하다 시피 했다.

지정학적 대변화와 함께 한반도 주변에서 일고 있는 냉기류. 이 같은 국제 사회의 흐름에도 아랑곳 않고 문의 사람들은 왜 그토록 북에게 애걸복걸 구애를 멈추지 않는 것일까. 스탈린식 독재자라면 무조건 편애하는 그들 특유의 DNA 탓일까. 아마도.

그게 아니면, 아니 그 연장에서 망상에 가까운 평화 체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비현실적 집착증세가 임기 말을 맞은 초조감 속에 더 도지기라도 한 것인가. 그러나 그보다는 대선을 앞두고 정권재창출을 위한 야심찬 ‘신북풍 대기획’을 구상하고 있다는 증좌는 아닐까.

그러니까 먼저 좌파를 집결시키는 거다. 그리고 거짓 평화 쇼를 통해 중도의 안정희구 세력을 끌어들이는 거다. 죽창가 제창에, 역사논쟁을 벌이면서. 뭐 이런 정치 공학적 계산을…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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