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 보컬그룹 노고지리의 ‘여름’ 노래의 가사 중에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이라고 했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말해도 여름은 농부의 계절이다. 낙타 없는 카라반처럼 여름이 없다면 농부는 존재할 수 없다. 농부의 여름은 뙤약볕 머리에 이고 논밭에서 물주고, 풀 뽑고, 모기 물려가며 정성스럽게 농작물을 잘 키우는 계절이다. 가을에 검게 탄 얼굴로 풍성한 수확을 거두는 꿈도 함께 키워가는 드림 시즌이다.
또한 여름은 텃밭 농사꾼의 계절이다. 불꽃에는 열기가 있듯, 집 텃밭을 가꾸는 텃밭 농사꾼에게는 땀 거름이 있다. 땀 흘리며 열심히 농사짓는 일반 농부의 마음이다. 가뭄이 지속되면 일기예보 자주 체크하고 하늘도 자주 쳐다본다. 아침 일찍 기상하면 텃밭부터 한 바퀴 돈다.
간밤에 잘 잤는지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해질녘에는 이틀에 한 번씩 물을 주면서 작별 인사를 한다. 햇빛 내리쬐는 대낮에도 역시 돌면서 ‘하이’하고 인사를 한다. 그늘지고 시원한 바람 부는 오후에는 텃밭 벤치에 앉아 농작물을 관찰하면서 사색에 빠지기도 한다. 마음의 힐링이 필요할 때는 텃밭에서 시간을 보낸다. 텃밭 가꾸기는 일에 대한 성공만을 좇아가던 삶을 떠나 은퇴 후 내 인생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텃밭의 농작물은 햇빛, 물, 거름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주인의 땀 냄새 맡고 발자국 소리 듣고 자란다. 주인이 세밀한 관심과 정성을 쏟아 부으면 잘 자란다. 주인이 게으르면 시들어 말라 죽는다. 농작물의 성장은 주인의 정성에 달려있다. 농작물은 주인에게 보답도 하고 보복도 한다.
텃밭은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텃밭의 농작물은 흙, 물, 햇살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다. 그 예술작품을 농사꾼은 보전하고 가꾼다.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결과물에 대한 설렘과 감동적인 하루의 연속은 텃밭이 주는 선물이다.
텃밭은 수확의 기쁨을 넘어 가장 믿을 수 있는 유기농 식재료를 제공해 주고 힐링 포인트가 된다. 자연과 함께하며 농작물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쌓여있던 스트레스도 자연스럽게 풀린다. 마음의 힐링이 되면 마음의 여유도 많아진다. 게다가 식생활 트렌드가 웰빙이나 비건(vegan)으로 점점 바뀌면서 집안의 작은 공터도 텃밭으로 개간하여 필요한 농작물을 심는다.
텃밭을 가꾸다보면 여러가지 노하우도 생긴다. 모종 심기는 따뜻하고 흐린 날, 가능하면 비 오기 전날이 좋다. 해가 뜨거운 한낮은 피하고 해가 기우는 저녁 무렵이 적기이다. 물은 해가 질 때쯤 듬뿍 주는 것이 좋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 텃밭에는 잡초가 있다. 그 잡초도 필요하다. 텃밭의 농작물은 잡초와 공생관계이다. 잡초는 생명력이 강해서 뿌리를 강하고 깊게 내린다. 그 공간으로 토양에 공기가 잘 통하게 해주고 영양분과 물이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어린 잡초만 뽑고 큰 잡초는 뿌리째 뽑지 않고 위에 줄기만 잘라내서 그 자리에 덮어주거나 발로 밟아주는 지혜도 터득한다.
텃밭 경작을 통해 마음과 정신에 힘을 얻고, 삶의 건강과 활력을 지키면서 취미와 여가활동을 겸할 수 있는 매력도 있다. 좋아하는 농작물을 선택해서 직접 재배하여 먹는 즐거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까운 지인을 초대하여 담소도 나누고, 농작물도 소개하고, 은근히 자랑도 하면서 함께 나눠 먹는 즐거움이 텃밭 농사꾼의 보람 아닐까?
유기농 텃밭 개간하고, 잘 가꾸고,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영농자금(?)은 물론 물심양면으로 팍팍 지원해준 40년 함께 살아온 농사꾼 짝꿍의 협력 덕분이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사용하지 않고, 오직 땀과 정성의 거름으로 키워 가꾼 유기농 농작물을 섭취하여 가족 모두 건강한 스위트 홈이 되도록 더 열심히 드림 텃밭을 만들겠다고 농사꾼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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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워싱턴산악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