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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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베이징, 그리고 붉은 함성

2021-07-0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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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온통 오성홍기로 수놓아져 있다. 7만 명의 붉은 군중이 외쳐대는 충성의 연호, 그 가운데 시진핑은 인민복 차림으로 마오쩌둥 사진이 걸려 있는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

“중국 인민은 외세가 우리를 업신여기고 억압하며 노예로 대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망상을 하는 자는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은 강철 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다.”

그가 던진 일성이다. 거침없이 중화민족주의에 불을 지핀다. 그러면서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을 전 인민에게 불어넣는다. 밑도 끝도 없는 외부의 불순세력에 대한 경고와 함께.


그 외침에 환호하는 수 만 명의 붉은 군중. 그 광경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새삼 달력을 들여다본다. 분명히 2021년 7월의 시점이다. 그런데 마치 반세기도 훨씬 전, 홍위병이 휩쓸고 다니던 마오쩌둥 시대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동시에 한 가지 질문이 뇌리를 스친다. 중국의 민주화는 도대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하는.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공산당의 실체, 더 나가 시진핑의 권력에의 야욕이 여지없이 까발려진 해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정체불명의 괴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출현했다. 그 사실을 베이징은 은폐하기에 바빴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300여만이 희생됐다. 중국은 그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조사도 막고 있다.

전 세계를 마비시킨 코비드-19 팬데믹 상황. 이는 다름 아닌 투명성이 결여된 데다가, 무책임하기까지 한, 뻔뻔한 중국공산당 체제가 빚어낸 참극이라는 거다.

홍콩, 티베트, 신장, 내몽골에서 비명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한(漢)족 중심의 중국 주류사회에서도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사상최대의 종교박해에, 민주세력 박멸작업이 병행되면서. 그 탄압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 공산당이다.

인민을 통제하고 또 옥죈다. 인공지능기술까지 동원해. 다시 말해 시진핑의 권력독점에 어떤 도전도 용납 않는 거다. 국내정치에서 중국 공산당이 보이고 있는 이 같은 뿌리 깊은 편집광적인 충동은 중국의 국제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소프트 파워는 필요에 따라 관리 될 수 있고, 꾸며낼 수 있고, 조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 중국공산당의 시각이다. 이 같은 입장에 따라 해외에서의 중국의 이미지 고양을 위해 중국공산당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통일전선공작부(United Front Work Department)를 가동해왔다.

통일전선공작부가 코비드 팬데믹 상황에서 특히 심혈을 기울여 온 것은 중국체제의 우월성을 알리기 위한 시진핑의 사회주의 버전 선전이다. 마스크외교, 백신 외교 등도 그 일환이다.

무역을 영향력 증대나 전략지정학적 우위획득의 방편으로 삼고 있다. 이른바 샤프 파워구사 정책도 중국공산당의 편집광적 탄압충동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지의 진단이다. 이는 히틀러 나치가 써오던 수법으로 ‘파워 트레이더(power trader)’로서 중국은 무역을 통해 상대국가의 종속화를 꾀하고 있다는 거다.

중국의 반체제인사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이 주어지자 베이징은 노르웨이에 경제적 제재를 가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한국에 배치되자 대대적 응징에 나섰다. 캐나다, 호주도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 신장에서의 인종청소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이 비난성명을 내자 심지어 유럽의회 의원들에게도 제재조치를 내렸다.

중국의 무역정책은 시장을 넓히는 것 보다 권위주의 체제로서 세계 패권국이 되려는 야심을 뒷받침 하고 있다. 그 중국은 그리고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 인도국경지역에서까지 영토적 팽창 야욕을 보였다. 전랑외교를 통해 사나운 이빨을 이리저리 드러내면서.

“그만해라, 진저리나는 시진핑 신격화 선동을. 그만해라. 빤빤한 거짓말을. 그만해라…” 중국공산당 100주년 해를 맞아 온갖 체제선전 갈라 쇼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한 반체제인사가 내뱉은 탄식이다.

국제사회에서도 같은 울림이 번져가고 있다. 베이징은 대대적 체제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반중정서는 계속 확산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퓨 리서치 센터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세계의 주요국가 16개 국가 국민의 70% 이상이 중국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동남아연합(ASEAN)국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대한 신뢰도(38.5%)가 날로 떨어지면서 미-중 대립에서 미국편을 들겠다는 반응이 과반수를 넘은 것으로 조사된 것.

이와 같이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시선이 싸늘해지면서 중국민주화의 기대도 사라져가고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필연적으로 민주주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 서방세계에서 한 때의 지배적 내러티브였다. 그게 망상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중국은 어쩌면 백세후에도 계속 권위주의 체제로 남아 있을 것이란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다른 한편 제기되는 전망은 조기 중국 붕괴론이다. 겉으로는 성공한 역동적인 현대 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한 꺼풀 벗기고 보면 내부적으로 모순이 쌓이고 또 쌓여 분노의 용암이 들끓고 있는 것이 중국 사회다.

그 용암이 언제라도 분출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의 갑작스러운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전망이 맞을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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