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 가장 많이 오는 정크메일 발신지는 단연 부동산 회사와 부동산 에이전트들이다. 매일 부동산 회사들과 에이전트들이 편지와 전단들을 무차별적으로 보내오는데 하나같이 ‘최고 가격’을 보장할 터이니 집을 팔라는 것이다.
사실 요새 집값이 많이 올라 이참에 집을 팔아볼까 잠시 유혹을 느끼기도 했지만 집을 비싸게 팔아도 현 상황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비싸게 사야 한다. 이럴 때는 시장을 관망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편지와 전단들을 쓰레기통에 속속 버린다.
문제는 기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주택 소유주들이 전국적으로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처럼 가격이 많이 오르면 팔려고 내놓는 매물이 넘쳐야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높게 팔아도 높게 사야하고 ‘매물 전쟁’ 속에서 마음에 드는 가격대의 주택을 사기가 너무 힘들다. 물론 수백만, 천만달러가 넘는 호화주택이야 차고 넘치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중산층이나 첫 주택 구입자들이 원하는 50~100만달러 가격대의 주택 확보는 말 그대로 전쟁이다.
그러면 집을 더 많이 지으면 해결되지 않느냐고 애기할 수 있다. 그러나 집이 플라스틱 용기처럼 공장에서 매일 수천만 개씩 찍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지 확보에서 정부 허가 승인, 자재와 인력 확보, 공사기간까지 통상 3~7년 정도 걸린다. 주택 건설사들은 코로나발 공급망 불안정으로 목재부터 철근, 시멘트 등 건축에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으며 인력 확보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매물 부족과 건축비용 인상 등 모든 요인들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가주의 경우 지난 5월까지 10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가격 상승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LA 카운티의 5월 중간 주택가는 77만5,000달러로 전년 대비 25%나 올랐다. 오렌지카운티의 5월 중간가는 89만5,000달러로 전년 대비 19.3% 급등했다.
전국으로 확산하면 주택거래의 90%를 차지하는 기존 주택의 5월 중간가가 사상 처음 35만달러를 넘는 35만300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3.6% 급등한 반면 매물은 123만채로 전년 대비 20.6% 감소했다. 23.6% 상승률은 1999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현재 남가주와 가주, 전국 주택시장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당초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을 때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 주택 시장도 폭락할 것으로 우려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넘치는 유동성과 함께 재택근무가 확장, 자리를 잡으면서 주택소유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됐고 직장과의 출근거리에 구애받지 않은 미국인들이 대거 교외와 도시 등 가리지 않고 주택 매입에 나서며 주택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부 건설업자들은 주택을 계약할 때 확정 가격과 공사 기한을 정하지 않고 있다. 완공 시점과 주택가격 자체를 책정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이유다.
가주부동산협회(CAR)는 분기별로 재미있는 자료를 발표하는데 이 ‘주택구입 능력지수’(HAI)는 지역 중간가 주택 구입을 하려면 필요한 소득이 얼마나 되고 이같은 재정능력을 갖춘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분석한다. 가장 최근 올 1분기 현재 가주에서 중간가 72만490달러 주택을 구입하려면 30년 고정 모기지를 3.08% 이자에 받는다는 가정 아래 매달 지불해야하는 모기지와 이자, 재산세 등 주택관련 경비가 3,280달러에 달하는데 이같은 페이먼트를 감당하려면 가구 연 소득이 최소 13만1,200달러가 돼야한다. 문제는 이같은 수입을 가진 가구가 가주 전체의 2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카운티별로는 LA 카운티가 25%, 오렌지카운티는 20%의 가구만이 지역 중간가 주택을 살 수 있는 재정능력을 갖추는 등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주택 가격을 비롯,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코로나발 수요이며 억눌렸던 수요가 채워지고 나면 자연,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다. 오른 가격 때문에 수요가 결국 감소할 것이고 공급은 올라간 가격에 힘입어 늘어나면서 수요는 줄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선에서 균형점을 찾게 된다고 예상한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주택은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재산목록 1호이고 지금과 같은 주택시장 불균형과 거품이 지속될 수 없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오른 가격이 내려가기 쉽지 않다고 반문하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인플레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 모두 가계 재정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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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국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