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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조기 경보

2021-06-24 (목)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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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잠잠해졌으면 좋겠는데 코로나는 영국발 변이보다 전파력이 60%나 강하다는 인도발 델타 변이를 확산시키고 있다.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내려 놓았던 마스크를 도로 꺼내 쓰는 나라도 있다. 변이를 탓할 수는 없다. 바이러스로서는 생존을 위해 진화론적인 발전을 해 나가는 것뿐이니까. 자연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또 다른 팬데믹을 생각한다는 것은 괜한 걱정을 사서 하는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다음 팬데믹은 올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라 오되, 언제 오느냐 하는 시간의 문제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무방비로 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좋은 교훈이 되었다.

상대가 미생물일 뿐이지 팬데믹은 전쟁이다. 사전 모의 단계에서 적발한다면 테러를 막을 수 있다. 조기 경보 체제가 갖춰져 있으면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시킬 수 있다. 이번 팬데믹 전에 사전 정보가 없지 않았으나 무시됐다. 조기 경보는 작동하지 않았다. 미사일이 떨어지고 난 다음에야 전쟁 준비에 나섰다. 정확한 적의 정체도 한참 뒤 파악됐다. 대피 연습을 하거나, 전쟁 물자를 비축할 틈은 없었다. 우왕좌왕하다가 전열을 가다듬었을 때는 이미 엄청난 인명과 경제적 피해를 당한 뒤였다.


코로나 팬데믹은 진주만 공습과 9.11테러가 다른 형태로 반복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습당한 지역과 피해는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심각했다.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탄을 배치한 나라는 파악돼 있다. 러시아와 중국, 우선 이 두 나라를 집중 감시해야 한다. 바이러스 적성국도 마찬가지다. 사스, 메르스, 돼지독감, 조류독감, 에볼라 등 사람과 동물 사이에 서로 전파되는 인수공통 감염병은 지역적으로는 모두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시작됐다. 최근 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감염병의 원인균은 대부분 코로나와 인플루엔자 패밀리 멤버였다.

이들 지역을 커버하는 글로벌 감시 네트웍이 결성돼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는 바이러스들을 집중 감시한다면 팬데믹 조기 경보가 가능하지 않을까.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전에 조짐을 감지하는 정도의 관심만 기울인다면-.

에볼라 출혈열의 경우 이미 1982년 리베리아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조사 대상자의 5% 이상에서 항체가 발견됐다. 에볼라 균이 침투해 인체가 저항한 흔적이 포착된 것이다. 이때 대비책을 모색했으면 재앙을 막을 수 있었으나 시기를 놓쳤다. 무관심 때문이었다. 에볼라는 그보다 32년 뒤인 2014년 서부 아프리카에서 팬데믹 전 단계의 대유행을 뜻하는 에피데믹으로 분류될 정도로 창궐했다. 치사율은 60% 내외에 이르렀다.

듀크 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017~18년 말레이지아의 한 지역에서 폐렴 입원환자 300여명을 검사한 결과 8명에게서 전에 인체에서 볼 수 없었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개 종류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었다. 염기서열 조사등을 통해 이 바이러스는 동물에게서 인간에게 갓 옮겨왔을 뿐 아니라, 중증 급성 호흡기 장애군인 사스나 이번 코비드-19처럼 인체에 치명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기발견이 가능하다면 현대 의학은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전염병 발병의 핫 스팟으로 알려진 6개 권역, 28개국을 연결하는 질병감시 네트웍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류독감의 발병 위험이 큰 캄보디아도 이 네트웍에 포함돼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조류등 동물의 질병 사례가 발견되면 즉각 무료 핫 라인을 통해 보건부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세계 보건기구 WHO도 오래 전부터 파숫군 격인 각 지역 거점 병원을 통해 팬데믹 위협이 될 수 있는 질병 파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환자가 병원에 올 정도면 이미 감염병이 만연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조기 경보를 내리기에는 시간적으로 늦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는 자체적으로 인수공통 질병의 발병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에 주재관을 파견해 감염병의 전파 위협을 모니터하기도 했다. 문제는 적기의 출현을 실시간으로 잡아내는 방공 레이더 망이 있어도 후속조처가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그랬다. 과학에서는 끊임없이 팬데믹 경고음이 울렸으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무시했다. 보이지 않는 가상의 적을 퇴치하는 데 예산을 배정할 정도의 경각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팬데믹은 참혹한 교훈을 남겼다. 미생물의 위협을 전처럼 만만하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백악관에는 처음 장관급 과학고문직이 생겨 바이러스와의 총력전에 대비하고 있다. 다음 팬데믹 때는 100일내 효과적인 백신 개발이 목표라고 한다. 글로벌 조기 경보체제 강화와 즉각적인 대응이 다음 팬데믹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지만 더 나은 대응책은 될 수 있겠다.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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