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화려했다.” 7박8일의 일정으로 이루어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유럽순방외교를 지켜보며 한국의 한 논객이 던진 탄성이다.
그 출발점은 북대서양의 동쪽 영국의 콘월에서의 ‘신(新)대서양 헌장’ 발표다. 1941년 8월14일 북대서양의 서쪽 끝 뉴펀들랜드 섬 앞바다의 영국군함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윈스턴 처칠이 나치 독일 등 파시즘에 맞서 세계 평화를 지키고 각국 영토 주권과 자치, 자유항행을 보장하는 등 8개 항에 합의했다.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설립의 기반이 된 이 대서양헌장이 발표된 지 80년이 지난 2021년 6월10일의 시점.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권위주의 체제의 도전으로부터 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골자로 한 새로운 대서양 헌장을 선포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것이 주요 7개국(G7)회의다. 이어 G7 중 일본만 빠진 G6는 곧바로 잉글리시 채널을 건너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담에 참석한다. 뒤이어진 것이 미국과 유럽연합(EU)간 정상회의다.
바이든의 이 순방외교 일정은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푸틴과의 정상회담으로 마감됐다.
숨 가쁘게 이어진 잇단 이 정상회담들이 그렇다. 물 흐르듯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그런데다가 한 스토리로 일관됐다. 하나의 서사(narrative)가 있다고 할까.
신대서양헌장을 통해 선포된 ‘민주주의 가치 수호’란 중심사상이 G7정상회의에서 부연해 상술되고 합의돼 코뮈니케형식으로 발표된다. 뒤이은 나토정상회담에서도, 미국과 유럽연합(EU)간 정상회의에서도 동일한 메시지가 전달되고 확산되면서 구체화된 방법론까지 제시된다. 그리고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수 십 개국의 동맹의 합의를 이끌어낸 비이든은 ‘순풍에 돛을 단 기세’로 러시아의 푸틴과의 담판에 들어간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바이든이 펼친 외교초식은 웅장하면서 화려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다가 아주 깊은 내공까지 엿보인다. 워싱턴 인사이더로 근 반세기의 세월동안 공력을 쌓아온 ‘외교의 달인’답다고 할까.
무려 1만 4,000단어에 달하는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의 키워드는 중국이다. 공동성명은 처음으로 중국을 명시하면서 성명의 목표가 반자유 독재국가를 겨냥한 민주주의 국가의 단합임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으로서 특히 긴장되는 대목은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for the World- B3 W)’이라는 글로벌 경제협력 구상이다. 그 명칭은 바이든의 대선 공약이자 핵심정책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겨냥, 그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은 기존의 G7 국가들 외에도 이번 회의에 참가한 한국,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합친 사실상의 ‘민주주의 11’과 함께 중국의 일대일로를 통한 독자적 국제질서 창출을 더는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한 것이다.
나토정상회담에서도 주 의제는 중국이었다. 규칙이 지배하는 국제질서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 대중국 견제를 반영한 전략 ‘NATO 2030’을 수립키로 한 것이다. 뒤이어 열린 미국과 EU간 정상회담에서 합의 된 것은 무역기술위원회(TTC)신설이다.
이 TTC 신설은 현재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정보통신기술 네트워크 구축을 유럽을 포함해 전세계로 확대시킬 계획임을 알리는 것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 견제가 그 주목적이다.
바이든과 푸틴의 제네바회담의 숨겨진 키워드도 역시 중국이었다. 바이든은 러시아를 ‘미국과 함께 양대 강대국’으로 지칭하면서 반세기전 키신저의 중소이간 정책을 역으로 사용하는 전략을 선보였다. 당면의 주적은 중국으로 러시아와의 계산은 뒤로 미루겠다는 입장이라고 할까.
시작은 지난 3월의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협의체 쿼드정상회담이었다. 뒤이어 열린 것이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과의 연쇄정상회담. 이 잇단 정상회담의 키워드 역시 중국이었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중국견제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상황은 일변했다. ‘서방은 지고 동방이 부상하고 있다’며 기고만장했다. 그 중국이 코비드 팬데믹 상황에서의 백신전쟁에서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대반전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효과적인 백신을 공급하는 나라가 세계의 패자(覇者)로 등극한다’는 예언이 성취되고 있다고 할까.
‘미국제 백신 천하시대’도래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는 동쪽의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서쪽의 유럽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반중연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 그 여세를 몰아 중국 포위를 위한 태평양-대서양 벨트를 구축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동서에서 포위하려는 이 세계전략에 한국을 편입시킨 것이다. 사실상의 민주주의국가 정상회담인 G7정상회담에 초빙하면서.
‘Democracies Strike Back’- 이 대반전 상황에서 그러면 한국은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 보호에 당당히 한 목소리를 내는 민주국가 클럽의 정회원으로서 위상을 정립해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여전히 중국 눈치나 보며 종북이라는 미몽외교에 몰입해 있는 것이 문재인 정권으로 보여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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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