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WP “트럼프 정부서 기자 전화 사찰” …법무부 “적법하게 입수”

2021-05-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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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보도한 기자 3명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미국의 유력 신문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여러 명의 통화 기록을 사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7일 정부 서한과 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2016년 대통령 선거 무렵 러시아의 개입 의혹과 관련해 비밀리에 WP 기자들의 통화 기록을 확보했고 이메일 기록도 얻으려고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지난 5월 3일 WP 기자 엘렌 나카시마, 그렉 밀러와 전 WP 기자 애덤 엔투스(현 주간지 뉴요커 기자) 등 3명에게 각각 보낸 서한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법무부는 서한에서 '2017년 4월 15일∼7월 31일까지 이들의 직장·자택 전화나 핸드폰 통화 기록을 입수했던 점을 법적 절차에 따라 알린다'고 적었다.

기록을 입수한 이유를 따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불법 사찰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부가 입수한 기록에는 통화 대상, 시간이 포함되지만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서한은 법무부 지휘부가 사찰 결정을 내린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법무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작년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WP가 전했다.

이에 대해 WP는 사찰 대상인 기자들이 2016년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보당국의 판단을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6년 12월 미 중앙정보국(CIA)이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해킹 등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자 당시 트럼프 당선인 측은 정보당국이 이와 관련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사 기자 사찰을 비판했다.

WP의 편집국장 대행 캐머런 바는 "우리는 정부가 기자들의 통신에 접근하려고 권력을 사용한 점을 매우 걱정한다"며 "법무부는 수정헌법 1조에 따라 보호되는 기자들의 활동을 침범한 이유를 당장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언론과 종교,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조항이다.

기자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통화 기록 사찰은 최근 수년간 논쟁을 일으켰다고 WP는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관리들이 기자들에게 기밀을 유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무부가 관리들의 정보 유출과 관련해 고발한 사건이 9건이나 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첫 번째 법무장관이었던 제프 세션스도 관리들의 기밀정보 유출에 대한 엄중한 단속 방침을 밝혔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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