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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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당신’

2021-04-27 (화) 김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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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 평상 위 둥근 밥상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밥을
가족이 함께 먹던 그때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는 꽃송이
그 꽃자리에 남겨진 까만 꽃씨가
통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때
서툰 몸짓으로 머뭇거리리다가
말하지 못한 것이
이별이었다는 것을 몰랐던 그때
상처가 상처를 보듬어야
새살이 돋는다는 것을 알았던 그때
그때, 늦은 인사가 되어버린 사랑, 당신

김경애 ‘사랑, 당신’

그때 너는 밥이 땀이라는 것을 모르고 먹어도 될 아이였단다. 그때 너는 꽃잎의 붉은 웃음이 통증 때문이라는 걸 몰라도 좋을 소녀였단다. 그때 너와 나는 서툰 몸짓의 의미를 천천히 읽어도 좋을 풋사랑이었지. 마침내 당신은 꽃도 그늘이 있다는 걸, 상처는 새살이 돋는 자리라는 걸 알게 되었군요. 늦은 인사라니요. 아쉬워하는 이때가 바로 등 뒤로 당신을 기다려온 그 손을 따뜻이 맞잡아줄 알맞은 때이지요. 반칠환 [시인]

<김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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