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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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2021-04-22 (목) 나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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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내 길에서도
돋아나 어여쁘던 꽃들아
아가들아 어디로 갔니
따뜻하던 햇살아
너희들 어느 곳에 가
거기 포근한 품안이게 하니
아으 동동다리
겨울 길 위의 두 다리
하나뿐인 길을 가는데
또 걷고 싶어
봄 길은 어디 있나
화창한 봄 길을 걸을
나머지 두 발은 어디 있나

나해철 ‘길’

봄이 오는 속도를 아시는가? 남에서 북으로 올라오는 봄의 속도를 재어보면 시속 1킬로미터가 채 안 된다고 한다. 처음 걸음마를 뗀 아기의 보행 속도와 비슷하다. 아기는 오래 걸을 수 없지만 봄은 밤과 낮, 논과 밭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걷는 슈퍼 아기다. 봄의 속도를 어찌 재냐고? 교통경찰의 스피드 건이 아니라 꽃의 개화 속도로 잰다. 우수 지나자 얼음 녹고, 경칩 지나자 개구리 기지개 켜며 봄 맞을 준비하고 있다. 꽃 피는 봄도 봄이지만, 봄을 진정 봄이게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봄이다. 삼월, 찬란한 봄 길을 모두 함께 걸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반칠환 [시인]

<나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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