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로운 인생 대학생활

2021-04-09 (금) 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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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학년생 아들 때문에 2~3주간 마음 졸였다. 대학들의 정시전형 합격자 발표 때문이다. 다행히 아들은 남가주의 사립대와 주립대 탑 스쿨, 타주의 상위권 대학 몇 곳의 입학허가를 받았다. 몸과 마음을 짓누르던 코로나 속에서도 묵묵히 ‘방콕’을 감수하며 온라인 수업에 열중하고 원서와 에세이 작성을 위해 머리를 싸매던 아들의 노력이 보상 받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기쁨과 함께 걱정도 찾아왔다. 합격장을 받은 다른 12학년생들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많은 대학에서 합격 통보를 받아도 진학할 수 있는 곳은 단 하나다. 가장 원했던 드림스쿨로부터 굿뉴스를 전해들었다면 행운이겠지만 어디 현실은 그러랴. 조건이나 상황이 고만고만하고 비슷한 대학들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

이럴 때는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장기적으로 멀리 내다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지금의 결정이 10~ 20년 후 너의 인생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지에 대해 심사숙고하라는 말이다. 아들에게도 이렇게 말해줬다.


구체적 조건들도 물론 무시할 수 없다. 내 경우 집과의 거리, 재정보조 규모, 학교 분위기 등도 중시한다. 특히 남가주에 자란 아이들은 막연히 동부에 대한 로망, 부모의 보호막 속에서 멀리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이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연중 따뜻한 남가주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이 혹한의 겨울을 견디는 게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취업 기회가 많은 지역인지 아니면 타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지, 또 자신과 대학의 ‘케미’도 고려했으면 좋겠다.

많은 한인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 중 하나라면 대학의 지명도와 전공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일 것이다. 이 문제는 간단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명문대에 진학했다고 해도 전공을 잘못 선택하면 졸업 후 취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은 4년 내내 자녀에게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 반면 명성은 다소 못미치지만 4년 장학금을 받고 전공도 맞고 경제적이고 실속 있는 대학이라면 굿초이스가 될 수도 있다. 대학만 생각하기 보다는 교육의 질과 전공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귀 기울만 하다. 단순히 학교 레벨만 염두에 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전공이 강한 학교를 졸업해서 얻게 될 성과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합격자 발표 시즌에 명심할 사항은 또 있다. 당장 합격통보를 받았다고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특히 방심은 금물이다. 고교 생활의 막바지에 나타날 수 있는 ‘졸업반 증후군’도 경계해야 한다. 공부에 치이고 수많은 시험들을 치르고, 대학 입학 지원서를 모두 끝낸 졸업생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각하지 않고 방치하면 학업에 대한 동기를 잃게 되고, 성적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자칫 12학년 2학기를 그냥 흘려 보내는 휴식기로 착각하면 어려운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고 해도 고등학교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둬야 대학 생활의 첫 출발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대학들은 합격 통지서를 받은 학생들에게 12학년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12학년 2학기 성적표도 대학에 보내기 때문이다. 즉 마지막 성적에 따라 합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고교생활을 더 보람차게 보내보자. 이런 점에서 도전정신을 발휘해보는 것이다. 코로나로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그동안 흥미를 가졌던 인턴십이나, 재미있는 경험을 쌓기 위한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런 현장의 경험들 하나하나는 피가 되고 살이되어 훗날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큰 도움이 된다.

이 시기 자칫 붕 떠 있을 수 있는 자녀들에게 부모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먼 곳으로 진학하는 자녀들이라면 처음으로 장기간 떨어져 생활한다는 생각에 흥분과 설렘은 물론 불안, 초조함도 느낄 수 있다. 특히 고등학교 때 두드러진 성적과 활동으로 주변의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자녀라면 대학 입학 후 마치 변두리 인물로 밀려난 듯한 사뭇 다른 세상을 경험하면서 좌절감을 맛볼 수 있다. 이러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소중하다.

이제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의 준비에 나서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더 이상 품안의 아이가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걱정이 앞서며 쓸쓸한 마음이 밀려오지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거쳐야 하는 삶의 여정이다.

<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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