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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취만방의 그 이름은…

2021-03-29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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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적어본다. 조국. 윤미향. 김홍걸. 거기에다가 박원순, 오거돈….

뭐 다름에서가 아니다. ‘꽃다운 이름을 백세에 전하지(流芳百世) 못할 바에는 차라리 만세에 악명이라도 떨쳐야 하는데(遺臭萬年)…’- 중국 동진시대 환온이 황제가 되는 평생의 꿈을 이루지 못하자 탄식한 말이 떠올라서다.

만세에 그 이름이 회자될까.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전 세계에 그 이름을 떨치는(遺臭萬邦) 위업(?)은 이미 달성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 이름이 세계만방에 떨치게 됐나. 문재인 정부의 부패상황과 표현의 자유 억압, 북한 인권 외면 등 대한민국의 하늘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와 인권침해 등을 미국 국무부가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담으면서 그 이름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해서다.

그 이름들 뒤로 한 가지 흉측한 그림이 떠오른다. 북한, 시리아, 나이지리아, 온두라스, 중국, 러시아…. 3류 인권국가들과 동격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실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 정권의 실세, 조국 전 법무의 부정부패 혐의, 더불어 민주당의 윤미향 의원의 파렴치한 위안부 기금 유용사건에다가 박원순 등의 낯 뜨거운 성추행 사건까지 조목조목 열거한 미 국무부의 이 전례 없는 인권보고서가 나온 배경은 그러면 무엇일까.

‘한국은 북한을 닮아 가고 있다’-. ‘김여정하명법’이라고 했나. 지난 12월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법안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통과되자 미 의회에서 나온 반응이다.

전단 살포만 막은 게 아니다. 북한 인권단체들에 대한 탄압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자 워싱턴의 주요 싱크 탱크들은 일제히 문 정권의 북한 인권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김정은의 북한 앞에만 서면, 시진핑의 중국 앞에서는 더 더욱이 한 없이 작아지기만 하는 문 정권의 일편단심 숭북모화 자세. 그렇지 않아도 워싱턴의 분노는 쌓여갔다.

그러다가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등 공공연한 북한인권 단체에 대한 박해사태를 맞아 결국 폭발상황을 맞게 됐다. ‘실망스럽다’, ‘부끄럽다’, ‘부도덕하다’는 등의 말이 워싱턴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 공공연히 나돌기 시작한 것.


인권 등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비판의 수위는 더 높아졌다. 그리고 구체성을 띄기 시작했다.

그 일성이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의 대선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워싱턴은 한국이 안보를 희생하면서 북한을 선거에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온통 정권재창출에만 꽂혀있다. 그러면서 김정은 쇼와 시진핑 방한에 혈안이다. 그 같은 문 정권의 외교 드라이브가 ‘안보 자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경고를 한 것이다.

그리고 열린 것이 한미 2+2 회담이다. 미국은 중국견제를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의 쿼드가입을 원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이벤트식 대북 접근 방식에도 반대했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트럼프시절의 리얼리티 쇼, 흘러간 싱가포르 회담’계승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의 도쿄 올림픽에서든,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든 바이든-김정은 회담을 성사시켜 내년 대선 판을 흔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문 정권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간접적 경고를 날렸다. 북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주민학대를 정면으로 거론 한 것. 한사코 김정은을 감싸고도는 문 정권은 반인륜범죄의 공범으로 볼 수 있다는 경고를 에둘러 말한 것이 아닐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경고는 더 직설적이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의 열악한 생활여건과 관련해 ‘동맹으로서는 용납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강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시 한 것.

그리고 나온 것이 조국, 윤미향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권의 부패상을 열거한 미 국무부의 바로 그 전례 없는 인권보고서다. 그리고 뒤따르고 있는 것이 국제인권단체를 비롯해 유엔, EU(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의 문 정권의 인권정책에 대한 파상적 공세다.

이 정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보도다. 톰 랜토스 인권위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의 요청에 따라 이 인권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그 배경을 밝히면서 동상이몽 관계의 문 정권과 바이든 행정부의 대충돌은 불가피 할 것으로 내다본 것.

워싱턴을 특히 경악케 한 사례로 문 정권의 북한에 대한 원전건설 추진 계획을 지적하면서 포용정도를 너머 유착에 가깝다고 할까, 그런 문재인의 북한정책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거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바로 원전의혹임을 밝힌 것이다.

이 일련의 사태에서 뭔가의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는 느낌이다. ‘전략적 인내’로 바이든 행정부의 한국정책이 선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그 하나다. 한국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다음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손절매라고 할까, 레짐 체인지까지 염두에 둔 보다 적극적인 한국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11월 미국 대선보다 2022년 한국의 대선이 동맹관리에 더 중요하다.” 일찍이 조지 프리드먼 지오폴리티컬 퓨처스 회장이 한 말이다. 대표적 워싱턴 인사이더인 프리드먼의 그 말이 그렇다. 한국의 대선정국을 앞두고 꽤나 많은 시사를 던져주고 있는 것으로 들려 하는 말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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