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채금리 손놓는 연준…시장 충격 커지나

2021-03-22 (월) 12:00:00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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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 깨고 SLR 완화조치 종료, 국채수익률 관리 의지 낮아

▶ 성장률 하락·증시 혼란 우려 “주가 10% 조정 받을 것” 전망…파월 23~24일 의회 증언 주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전망과 달리 은행 자본 규제 완화를 예정대로 종료하기로 하면서 현 상황에서는 국채수익률을 관리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연준은 국채금리 상승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면 기준금리를 올려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 경우 성장률 하락과 증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말 종료되는 은행의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자 월가 관계자들이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SLR은 총자산 2,500억 달러 이상인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자산의 3% 이상 유지하도록 의무화한 규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은행과 헤지펀드들이 이 규제를 맞추기 위해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해 금리가 치솟은 바 있다.


이후 일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는데 이달 말로 원상 복귀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규제가 부활하면 은행들이 국채를 팔아치워 수익률이 더 뛸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고려하면 연준의 SLR 완화 조치 종료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국채금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니지만 해당 조치를 연장하면 연준이 수익률 관리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시장에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 분석 업체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재앙까지는 아니지만 최적의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18일 한때 연 1.75%를 넘어섰다가 하락했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19일 다시 1.73% 선을 돌파했다.

연준이 국채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물가가 많이 오를 경우 대응 수단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금리 인상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며 자산 매입 조정 같은 긴축도 강력한 무기”라면서도 “이 같은 도구들은 비용이 수반되며 경제성장에 치명적일 수 있다. 1980년대 초 잇단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온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은 SLR 완화 조치 종료를 포함해 연준의 최근 움직임을 경기회복이 더 빨라지고 있으며 긴축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파이낸셜 최고시장전략가는 “만약 경제가 연준의 수정 전망치보다 더 빨리 좋아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며 “시장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이 정말로 일시적일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시의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레오 그로호스키 뱅크오브뉴욕멜런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나 채권수익률 급등에 증시가 10% 정도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궁극적으로는 연준이 국채 시장에 추가 조치를 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미국 정부의 지출 확대로 국채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며 “연준이 채권을 더 사야 할 것”이라고 점쳤다. 장기채 매입 비중 확대(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대한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다만 2~3주 내 국채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익률 상승에 주요 연기금과 일본이 미 국채 매입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CNBC는 “월가는 23일과 24일에 있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하원과 상원 코로나19 지원책 청문회를 주목하고 있다”며 “26일에 나올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수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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