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해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2021-03-16 (화) 01: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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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하는 로렌스길 ‘황약국’ 운영 황정순 약사

“사랑해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2013년 황 약국에서 근무할 당시의 황정순 약사.<본인 제공>

30여년 동안 시카고시내 로렌스길에서 ‘황 약국’을 운영하며 한인들의 건강을 챙겨왔던 황정순 약사가 최근 은퇴를 결정하고 본보에 게재된 광고를 통해 한인들에게 고별인사를 했다. “그동안 진심으로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고객 분들의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최근 기자와 인터뷰를 가진 황 약사는 아껴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말부터 전했다.

황 양국을 운영한 지는 30여년이지만 약사로 일해 온 것은 1983년부터였으니 그의 약사 경력은 거의 40년에 이른다. 시카고지역 한인 약사로는 최고참중 한명일 것이다. 황 약국은 3월 26일부로 문을 닫는다. 처방을 맡겨주었던 고객들은 이주영 약사가 운영하는 ‘로컬 헬스’(전화: 773-673-5493)에서 계속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약사로서의 책임감과 고객들과의 정 때문에 은퇴를 망설였는데 코로나19로 약국 운영이 쉽지 않게 되면서 시기가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는 황 약사는 “그동안 찾아주셨던 분들에게 전화로나마 감사 인사를 드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황정순 약사는 숙명여대 약대 졸업 후 1971년 하와이로 이민왔다. 그에 따르면, 같은 대학에 다니던 친구의 권유로 이민을 결정했고 미국에 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관리약사로 6개월 정도 근무했다. 하와이에서는 웨이트리스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ESL 공부를 하면서 영어 실력을 키웠다. 그러다 1973년 시카고로 이주했고 당시 200: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일리노이대(UIC) 약대에 편입했다. 1976년 약대를 졸업한 황 약사는 이후 병원 클리닉, 약국 등에서 근무하다 1988년에 당시 시카고지역의 한인타운이었던 로렌스길에 황 약국을 개업했다.


“처음 약국을 개업했을 때는 하나하나 따지고 깐깐한 스타일이었다. 부당한 걸 참지 못하고 깍쟁이 같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믿음이 더 강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겨 약사라는 직업이 점점 자랑스러워졌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하나도 안 질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금까지 일해왔다. 하나님이 나한테 딱 맞는 직업을 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녀는 “약국을 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과일, 음식 등을 챙겨주셨다. 세상 살아가는 어려움, 즐거움 등등 소소한 일상을 고객 분들과 공유하면서 많은 즐거움을 느꼈다. 약국에 자주 오시던 분들이 갑자기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보람차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 황 약사는 “이제까지 해온 요양원 방문 봉사도 계속하고 취미생활도 활발히 해볼 예정이다. 최근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또한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어렵지만 언젠가는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꼭 가보고 싶고 다른 나라들도 여행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평생을 워킹맘으로 살아왔다는 황 약사는 시카고 평통 회장 등을 역임한 황정융씨와의 사이에 아들 둘, 딸 둘 4남매를 두었다. 모두 장성해서 출가해 손주 넷을 낳아 잘살고 있단다.

황정순 약사는 “옛날 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은퇴 후에도 지금처럼 순조롭게 잘 살아가고 싶다. 그동안 다정하게 대해주고 아껴주시고 고마워 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바쁘다는 이유로 더 친절하게 못 해드려서 죄송한 마음도 든다. 진심으로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은혜 결코 잊지 않겠다”며 재차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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