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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보여주는 레이건의 실족지점

2021-03-08 (월)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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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그는 향후 수년간 미국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줄 대단히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바이든의 임기초반 최대 치적은 코비드-19 백신프로그램의 대전환이다. 새로운 행정부는 출범이후 450개 이상의 백신접종 센터를 새로 설치하거나 확대했고, 취임 당시에 비해 세 배나 늘어난 하루 200만 회의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든은 앞으로 3개월 동안 미국의 성인 인구 모두가 접종을 받기에 충분한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영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크게 앞섰다는 얘기다.

미국은 지금까지 총 8,000만회 분의 백신을 투여했다. 이에 비해 유럽연합(EU)은 3,500만회 분, 중국은 5,000만회 분을 투여하는데 그쳤다. 또한 전체 미국인의 15%가 최소한 한 차례 이상 접종을 받았는데 이 역시 중국의 다섯 배에 달하는 수치다. 간단히 말해 바이든은 미국민과 전 세계를 상대로 미국 정부가 또 다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와프 스피드 작전’을 통해 백신제조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마땅하고, 기적에 가까운 속도로 백신을 개발한 민간제약사들 역시 칭찬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는 코비드 대응책임을 대부분 주 정부에 떠넘겼다. 바이든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론 클레인은 1년 전인 지난해 3월 “트럼프 행정부는 어마어마한 국가적 위기인 팬데믹에 연합헌장(Articles of Confederation) 시대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이 같은 접근법을 취한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 이유는 팬데믹이 만들어낼 중대한 문제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봉쇄의 부담은 주지사들의 몫, 경제회복의 공로는 우리들의 몫”이라는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두 번째는 공화당의 과거 전력과 관계가 있다. 오래전부터 연방정부를 무능하고, 오작동을 일삼는 집단으로 매도해온 공화당은 민간부문이 정부보다 뛰어난 일처리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팬데믹 초기에 트럼프가 여러 민간업체들을 나열한 후 “앞으로 이들이 코비드-19와 관련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코로나바이러스 검진센터를 관리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초기 대응책 가운데 실제로 시행된 것은 거의 없다.

트럼프의 코로나 접근법을 뒤집기로 작심한 바이든은 새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200쪽 분량의 팬데믹 대응 전략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접종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보유한 권한과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정부차원의 대응전략은 수백만회 분량의 백신을 추가로 주문하고, 전시물자생산법을 이용해 백신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군의 정규 인력과 주방위군, 연방재난관리청 및 기타 공공기관의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백신접종 센터를 지원하며, 백신을 약국에 직접 공급함으로써 전국차원의 새로운 접종센터 그물망을 형성하는 방안을 포함한다.

이에 따른 결과로 백신의 공급, 생산 및 접종이 대폭 확대되면서 운이 따라준다면 머지않아 하루 300만 명이 접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운영은 간단치 않다. 미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부는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데 최적화된 조직이 아니라 폭정 방지에 초점을 맞춰 고안된 정치 시스템이다. 국가 권력은 견제와 분리, 공유를 원칙으로 한다. 정부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에너지와 창의력,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요구된다.

백악관 코비드-19 지휘부의 진용은 막강하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했고, 이때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2014-2015 에볼라 대책을 조율한 바 있는 클레인은 탁월한 정책집행 능력이 돋보이고, 바이든을 보좌해 코비드-19 정책을 정비하는 제프리 지엔츠는 민간기업과 공공분야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낸 출중한 인재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정부를 이끌어가기 위해선 “매일 중요사안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서 설득과 회유를 통해 관계자들의 동의를 얻어야하며. 적절한 지휘와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방정부에는 놀랄만큼 유능한 관리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FEMA의 경우 기적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직원들로 채워져 있지만 이들 역시 지도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유능한 컨설팅 그룹에 정부 일을 맡기는 건 답이 아니다. 정부의 존재가치를 믿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일차적 과제는 정부가 일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는 연방 관료시스템을 제대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대통령의 직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 대통령직은 리얼리티 TV 쇼이고, 정치는 일련의 상징적 행위이다. 그러나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그리고 ‘위대한 사회’의 일부 과도한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연방정부의 역할을 더욱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견해가 불거졌다. 이에 대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그의 첫 취임사에서 “정부는 우리들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우리에게 레이건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인간을 달에 보내고 인터넷을 만든 주체는 정부였다. 오늘날의 세계는 제대로 이끌어지고 관리된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를 한가득 안고 있다.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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