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독립운동이 시작되는 자유와 독립의 외침은 평범한 백성들을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 태어나게 했습니다… 100년의 긴 세월이 흘렀지만, 국난에 함께 맞서는 우리 국민들의 헌신과 저력은 한결같습니다. 한 해를 넘긴 코로나의 위협에 우리는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 국민들은 방역의 주체가 되어 대한민국을 지켜주셨습니다… .”
“…지금 추진되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힘든 국민들께서 관심의 여유가 없으시겠지만,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초현실적 상황이 벌어졌다. 3.1절 102주년인 2021년 3월1일 대한민국 권력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대통령과 검찰총장이 국민을 상대로 각각 내놓은 메시지. 그 방향성이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루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한국백성을 ‘자유’란 말은 빠진 ‘민주공화국 백성’으로 불렀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눈부신 발전을 임정 국무위원을 지낸 조소앙의 삼균주의에 돌렸다. 그리고 K방역의 성공을 또 다시 자랑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역사는 애써 외면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뿌리는 임정임을 암암리에 재차 강조한 것이다.
같은 시각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내 한 언론과의 대담을 통해 70여 년간 형성되어온 이 사회의 상식과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대한민국의 형해(形骸)화 위험을 경고했다. 문 정권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헌법파괴 친위쿠데타랄까. 그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하나. 대한민국이란 고립된 특이 정치지형에서 벌어진 우연한, 그러니까 일과성의 해프닝인가 아니면….
“앞으로 펼쳐지는 포스트 코비드 팬데믹의 시기는 자유민주주의세력과 반자유(illiberal) 권위주의세력 간의 길고 긴 투쟁의 시기가 될 것이다.“ 포린 어페어지의 진단이다. 이 정황에서 민주세력의 대반격은 이제는 ‘시대적 내러티브’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덤 하우스 보고서도 같은 현실을 적시하고 있다. “코비드가 휩쓴 2020년은 민주주의가 15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은 한 해였다. 전 세계 인구의 75%가 민주주의의 쇠퇴를 경험했다. 자유국가에서 사는 사람은 세계 인구의 20% 미만으로 1995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무엇이 이런 상황을 불러왔나. “팬데믹 상황을 틈 타 중국 등 권위주의 세력의 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노린 가짜뉴스 등 역정보 살포와 선전선동이 무차별적으로 전개했다. 코로나 k바이러스 만연사태는 전반적인 투명성 하락을 불러오고 적지 않은 나라에서 감시와 자유 억제의 구실로 이용됐다. 방역이란 이름으로 집회의 자유는 물론 표현의 자유까지 박탈하는 등.”
프리덤 하우스가 정작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제는 민주주의 국가들, 더 나가 자유를 염원하는 세계인들이 대반격에 나설 때가 됐고 그 징후가 지구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세계적 흐름의 맥락에서 바라볼 때 윤석열의 반문선언은 그 시대적 의미가 더욱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유세력과 독재세력 간의 대회전(大會戰)을 앞둔 상황에서 자유진영의 최전방인 대한민국에서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자유 민주세력의 대대적 반격의 신호탄이 마침내 쏘아 올려 졌다는.
내일이니 희망 등의 단어는 실종됐다. 아픈 과거에만 집착한다. 그 뼈아픈 과거에의 회귀에 사용된 단어는 적폐청산이다. 이와 함께 설쳐댄 게 ‘문빠’라는 한국형 홍위병들이다. 그 홍위병을 앞세워 문재인 정권이 지난 4년 동안 악착같이 펼쳐온 것은 집요한 포퓰리즘 정책이다.
그 압권은 범죄 용의자들이 검찰의 수사권을 다 뺏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거다. 그 결과는 뭘까. 총체적 도덕붕괴이고, 법치 말살에, 대한민국 해체다.
그 갈림길에서 마치 천안문사태 때 전진해오는 탱크들의 앞을 막아선 무명의 민주인사, 그 같은 기세로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내자고 나선 것이다.
제 2의 3.1운동 선언을 하고 나섰다고 할까. 100년 전의 함성이 ‘민족독립’의 외침이었다면 2021년 3월의 반문선언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회복의 외침이라고 할까.
그 외침이 그렇다. 공허한 독백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다. 문 정권은 ‘신내림 DNA’ 정권이란 사실이 새삼 드러나고 있다. 종북에 친중 망령에 사로잡혀 안보 자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거기다가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 파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이란 사람이 ‘직원 감싸기’ 발언을 하고 있는 정신 나간 짓도 그렇다.
이 정황에서 윤석열의 일거수일투족은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되면서 중도에서 우파를 아우르는 진영에 대통합의 모멘텀을 이루고 있다. 반문선언을 통해 그가 던진 화두는 시대정신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자유민주의 가치를 지키자는 외침은 멀리 워싱턴에서 거대한 반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민주주의 회복과 동맹복원을 주요 외교 과제로 내걸었다. 그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이데올로기 대결에서 때로 당근이 아닌 채찍을 사용해서라도 맹방의 민주주의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2021년 3월. 뭔가 티핑 포인트로 기록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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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