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독재로 가는 길, 그 길은 결국…

2021-03-01 (월) 옥세철 논설위원
크게 작게
“휴브리스(hubris-오만) 뒤로 따라 붙는 것은 네메시스(nemesis-응보)다. 서방세계는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한동안 ‘역사의 종언’이란 오만에 빠져 있었다.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15년 째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 세계의 민주주의. 이 현상과 관련해 나오고 있는 한탄이다.

한탄은 또 이렇게 이어진다. “냉전종식과 함께 민주주의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전 지구촌의 민주화도 시간문제란 기대도 팽배했었다. 이제 와서 보면 너무 순진한 발상이었지만….”


한 때 생존에만 급급했었다. 그 독재자들, 권위주의 체제들이 되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게 90년대부터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감시체계 강화 도구로 둔갑하면서 권위주의 형 독재체제들은 계속 승승장구, 오늘날에는 오히려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는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가- 이 시기는 그 약점이 극명히 드러난 시기이기도 하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이다. 그 권력은 먼저 사법부와 언론을 손본다. 그러면서 말과 행동으로 민주주의의 규범을 거부한다. 동시에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한다. ‘적폐 대상’이란 딱지를 붙이면서. 여기에는 좌우가 따로 없다.

좌파 쪽의 모범사례는 우고 차베스와 니컬러스 마두로의 베네수엘라다. 우파 쪽의 전형적 케이스는 레제프 에르도안의 터키다.

차베스가 합법적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해는 1998년이다. 권력 장악과 함께 바로 착수한 것이 자유민주주의 기본 요소 말살작업이다.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면서 의회권력 구조를 개편했다.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 사법부 장악이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4만5,000건의 판결 중 한 건도 정부에 거슬리는 판결이 없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뒤이어 손 본 것이 언론과 사회단체들이다.

한 때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민주주의 체제란 찬사를 받았었다. 그 베네수엘라가 차베스와 마두로의 민주주의 파괴공작으로 최악의 독재체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나토의 일원이자 민주체제였던 터키, 헝가리 등이 권위주의 독재체제로의 탈바꿈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서다. 그러니까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 했는지를 이들 독재자들은 생생하게 보여준 것.

그 타이밍이 또 그렇다. 공교롭게도 러시아, 중국 등 독재체제들의 부활의 시기와 맞물리면서 권위주의 세력은 팽창을 거듭해온 것이다. 뭐랄까.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모양새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할까.

‘21세기 초반 앞으로의 수 십 년의 시기는 민주주의와 독재세력 간의 길고 지루한 투쟁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런 오늘날의 정황에서 나오고 있는 음울한 전망이다.

여기서 새삼 눈길을 끄는 것은 좌표설정에서부터 표류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의 대한민국이다. 절대 다수(75% 이상)의 국민은 중국이라면 진저리를 치고 있다. 한국기업의 탈 중국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국 자본의 미국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권위주의 형 독재체제를 받아드릴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의 국민정서라는 반증이 아닐까. 그러나 문재인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집권세력은 정반대 노선을 취하고 있다. 숭북모화(崇北慕華)로 요약되는 외교노선부터가 그렇다.

그 미몽에 사로 잡혀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시켜왔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창립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로서는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보듯이.

그러면서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를 닮아 가고 있다. 문 정권 4년의 세월은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해체한 과정에 다름이 아니어서 하는 말이다. 법원, 검찰, 언론을 국가의 적으로 공격해왔다. 죄라면 헌정질서 차원에서 문정권의 권력남용을 제어하려 들었다는 것이 죄일까. 법치를 마구 허무는 그 모양새는 영락없는 연성 파시즘의 독재체제다.

이와 동시에 추락하고 있는 것이 국가이성이다. 합리성, 도덕성, 정직성 같은 단어는 먼 나라의 이야기다. 공직자의 품격이니, 책임성이니 하는 말도 잠꼬대가 된지 오래다.

이와 동시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 일방성의 입법폭주다. 공수처법 제정도 모자라 표현의 자유를 막는 법에, 가짜뉴스 유포 처벌법에다가 검찰이 정권 비리수사를 한다고 검찰을 없애는 법제정까지 서두르고 있다. 그것도 형사사건 피의자 신분의 문빠 국회의원들이 주동이 되서.

숫자만 믿고 밀어붙이는 일방적 입법폭주. 그 종착역은 어디일까. 이성을 상실한 내 멋대로 막가파식 양아치체제(thug-cracy)가 아닐까.

이는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와의 심각한 마찰을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체제, 특히 중국 등 권위주의 세력과의 대결을 앞두고 미국의 맹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 파괴 상황을 좌시하지 말라는 워싱턴 안팎의 압력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거세지고 있어서다.

당근과 채찍을 적극적으로 구사해 동맹인 자유진영 국가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올 코트 프레싱 스타일의 전략구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포린 어페어지의 진단으로 머지않아 열리게 될 민주주의 정상회담은 그 구체적 기준마련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보도다.

국민정서와 상반된 노선에, 글로벌 트렌드와도 역주행하고 있는 문빠 제국. 뭔가 큰 태풍이….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