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의 아닌 마약소지 범죄아냐” 워싱턴주 대법원 관계법 위헌판결

2021-0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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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 관련 전과자 수천명에 재심 기회

“고의 아닌 마약소지 범죄아냐” 워싱턴주 대법원 관계법 위헌판결
불법마약 소지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본인이 알았건, 몰랐건 가차 없이 중범죄로 기소하도록 규정한 워싱턴주법이 장장 70년 만에, 전국에서 마지막으로 주 대법원에 의해 위헌 판정을 받았다.

주 대법원은 지난 25일 ‘단순소지 법’ 또는 ‘마약소지 엄벌 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관련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5-4 표결로 판시했다.

주 대법원은 지난 1953년 제정된 이 법의 위헌성 여부를 놓고 그동안 최소한 두 차례 공식 재판에서 심의했지만 그 때마다 합헌적인 것으로 결론 냈었다.


셰릴 고든 맥클라우드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마약소지 용의자 중엔 정말로 소지 사실을 몰랐거나, 의도하지 않았거나, 수동적으로 소지했을 경우도 있다며 이를 간과하고 일률적으로 엄벌에 처함으로써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는 법률을 제정한 것은 당시 주의회의 월권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은 지난 2016년 단순절도 혐의로 체포된 스포캔 여성 섀논 블레이크의 케이스에서 비롯됐다.

경찰은 블레이크를 구금한 후 몸수색에서 그녀의 청바지 동전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히로뽕 봉지를 발견했다.

중범죄인 마약소지 혐의가 추가돼 기소된 그녀는 그 후 재판에서 그 청바지를 친구가 중고품 가게에서 구입한 후 자신이 체포되기 이틀 전에 선물로 줬다며 자기는 주머니에 히로뽕이 있는 줄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유죄판결을 받았고 항소법원에서도 패소했다.

워싱턴주 형사법 변호사 협회의 마크 미다후 회장은 주 대법원의 이날 판결이 수천 건의 유사 사례에 소급 적용될 경우 엄청난 파급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단순 마약소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요청해 전과기록을 말소시킬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법이 다분히 인종차별 방식으로 집행돼 왔고 다른 중범죄 수사를 위한 덫으로도 악용됐다고 비난했다.


이날 판결은 실제로 즉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시애틀경찰국은 앞으로 ‘단순소지 법’만으로 마약소지 용의자들을 체포하거나 구금하지 않고 그들로부터 마약도 압수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검찰도 이 판결의 영향이 심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이후 단순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돼 경범죄나 중범죄로 기소된 사람은 이미 크게 줄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워싱턴주 고소전문 변호사협회 소속 필립 제임스 뷰리 변호사는 지난해 단순 마약소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거나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기소가 기각되거나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이전 케이스에까지 소급될 것인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워싱턴주는 “모르고 마약을 소지한 행위”는 범죄로 간주하지 않는 연방정부 및 다른 49개 주정부에 합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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