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루의 사용법’

2021-02-25 (목)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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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
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
지갑을 쫓지도 쫓기지도 말고
안전거리를 확보할 것
침묵의 틈에 매운 대화를 첨가할 것
어제와 비교되며 부서진 나
이웃 동료와 더 견주는 건 금물
인맥은 사람에 국한시키지 말 것
숲 속의 풀꽃 전깃줄의 날개들
지구 밖 유성까지 인연을 넓혀갈 것
해찰을 하는데 1할은 할애할 것
고난은 추억의 사원
시간을 가공 중이라고 자위할 것
돌아오는 길에
낯익은 별들에게 윙크하기 잊지 말 것

조재형 ‘하루의 사용법’

슬프나 상처받지 않고, 가난하나 미소 잃지 않고, 침묵하나 뜻을 잃지 않고, 어제의 껍질을 부수어 오늘의 말랑함을 얻는 시인의 하루 사용법이로군요. 날마다 늘지만 해마다 잠자는 휴대폰 속 인맥이 아니라, 숲 속의 풀꽃과 전깃줄의 새들과 밤하늘의 유성들과 인연을 맺으니 천하가 당신 편이로군요. 내 낯빛 부루퉁할 때에도 별들이 웃은 건 당신이 윙크한 까닭이었군요. 더러 당신이 1할의 해찰로 여념 없을 때 내가 품앗이 윙크하리다. 반칠환 [시인]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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