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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 전성시대

2021-02-1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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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모문(朝蠅暮蚊-아침에는 파리 떼가 밤에는 모기떼가 모인다는 뜻)- 당송 8대가의 한 명인 한유의 잡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조그마한 이(利)라도 얻을까 권력주변에 우르르 몰려드는 소인배들. 그들이 날뛰는 세태를 빗대 한 말이다.

1,000년 세월이 지난 후 그 소인에 대해 현대의 중국문인 위치우위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학자들은 그 무리들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아주 높을 수도 있고 문화적 수준으로 말하면 학자처럼 상당한 경지에 이른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이 존재함으로써 극히 간단한 역사적 사건들이 순식간에 혼돈 속에 빠져들어 애매하고 추악한 형태를 지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가하면 조화로운 인간관계가 곤혹스럽고 흉측하게 변하기도 한다.…그런 그들은 애초에 무슨 일에 대해 책임을 질 생각을 않는다. 그들은 누구인가. 소인이다.”

‘이 정권에서 출세하려면 부패와 타락이 필수인가’- 멀리 한국에서 들려오는 신음이다.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그런데도 장관을 지명할 때마다 인사청문회라는 것은 꼬박꼬박 열린다. 그 청문회에서 드러나는 것은 대체로 소인배, 아니 시정잡배, 때로는 파렴치범에 가까운 인간상들이다.

황희라고 했나. 신임 문화체육부장관 말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심각한 도덕성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을 표절했다. 거짓말을 하고 국회 회기 중에 유럽여행을 간다. 가족 명의의 통장이 46개나 된다. 명절에 고기 등 선물이 들어와 식비가 들지 않는다고 자랑한다.

이런 인물이 언필칭 국무위원이 됐다. 야당동의를 얻지 못한 29번째 장관이란 대기록을 세우면서. 그러자 한 국내의 여류 문인이 “이제 분노할 힘도 없다”며 내뱉은 한탄이다.

조국, 윤미향, 추미애, 박범계… 그 사이 사이에 이용구, 최강욱, 이성윤 등의 이름도 어른거린다. 이 인간상들이 하나같이 그렇다. 내로남불은 기본 덕목으로 갖추고 있다.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다. 들통이 나면 너절한 해명에, 궤변을 해대면서 뻗댄다. 부끄러움은 도통 모른다.

이들이 설쳐대는 그 긴 막장드라마가 끝났나 했더니 곧바로 이어진 것이 김명수사태다.


국회임명동의 과정에서 판사들에게 야당 의원 로비를 부탁하고 자료를 삭제한다.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며 부하 판사를 탄핵의 제물로 내줬다. 그리고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로 둘러댄다.

그 비열한 인성도 인성이지만 권력 앞에 아예 엎어져 버렸다. 그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 김명수의 민낯임이 드러난 것이다.

질풍노도(?) 같이 펼쳐져 온 ‘문재인 표’의 인사를 보노라면 그 추레함이라니,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소인배 전성시대를 맞은 느낌이다.

소인이 득세한다.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세종대왕 같은 성군의 치세에도 너절한 소인배인데도 상신(相臣)에 오른 경우가 없지 않아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어쩌면…’이란 탄성이 나올 정도로 ‘부끄러움의 유전인자’는 아예 없는 것 같은 ‘신인류’로 청와대 요직에서 장관, 국회의원, 심지어 대법원장까지 채워진다. 이런 전대미문의 상황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무엇이 이 현상을 불러왔나.

인사는 만사다-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인사가 만사가 되기 위해서 먼저 요구되는 것은 사람을 보는 눈, 지인지감이다.

공자는 이 지인지감과 관련해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람을 겪고서도 사람 보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을 경우 인사는 망사가 된다는 거다.

소인이 득세한다. 그것도 떼거리를 지어. 그러니까 단순한 생계형 소인 정도가 아니라 창귀형 소인배로 온통 둘러싸여 있는 경우 이는 체제의 필요에 의해 조성된 현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창귀란 호랑이에 물려 죽은 귀신이란 뜻으로 창귀가 된다는 것은 악인을 도와 일하는 사람들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애당초 사람을 보는 눈 같은 건 없었다. 그의 시선은 ‘우리 쪽 사람’에만 고착돼 있었다. 공정한 인사를 위한 검증장치, 국가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막무가내. 동류, 한 패거리만 고집한다. 그게 ‘문재인표 인사’로 오직 문빠에 의한 문빠를 위한 문빠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별 해괴한 일이 다 벌어진다. ‘문재인 보유국’도 모자라 ‘우유빛깔 문재인’ ‘우주미남’등의 아부의 언어가 공적 공간까지 넘나든다. 그런가하면 백선엽 장군 등 호국영령들이 모셔진 국립현충원에서는 친일파 척결이란 이름으로 으스스한 파묘 해프닝이 벌어진다.

“소인은 영특하다. 그렇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부족하다. 소인은 최종적으로 대세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게 비극이다.” 위치우이의 계속되는 소인에 대한 분석이다.

그러면 소인배들이 국정을 주무를 때 어떤 결과가 올까. ‘재앙과 폐해가 반드시 온다’는 것이 제왕학의 교과서인 대학(大學)의 경고다.

“경제가 자살 상황을 맞았다. 정치도, 민주주의도 같은 정황에 몰려있다. 숭북모화(崇北慕華)의 망상에 사로잡혀 안보마저 위태롭다.” 소인배전성시대를 맞아 한국에서 신음가운데 들려오는 비명이다. 대한민국의 시계는 도대체 몇 시인가.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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