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투기들이 떼를 지어 대만의 방공구역을 침범했다. 그게 지난 1월23일, 24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의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정치위원의 경고다. 홍콩, 신장성, 티베트, 그리고 대만을 중국의 핵심이해가 걸린 지역으로 열거하면서 미국은 이 지역에 대한 간섭을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대놓고 으름장을 놓은 것.
그 경고가 나오기 무섭게 미국 해군전함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미 해군은 유도미사일탑재 구축함 존 S 매케인호가 ‘자유의 항행’의 일환으로 4일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3주째를 맞고 있다. 동시에 날로 가중되고 있는 것은 대만과 워싱턴에 대한 중국의 압력이다. 공공연한 무력과시에, 직접적인 전쟁 경고를 발하는 등. 왜 그 난리인가. ‘부분적으로는 좌절감의 발로가 아닐까’- 의회전문지 더 힐의 진단이다.
트럼프의 퇴장과 함께 미-중관계는 과거 유화적이었던 오바마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 베이징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라인들은 트럼프의 강경노선 답습을 선언했다. 그 뿐이 아니다. 거기에다가 인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미-중관계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양국 간의 차이점을 매만지기 위해서는 인권 등 중요 가치들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 종전 미행정부의 입장이었다. 대중 강경론자인 트럼프도 무역협상을 위해 신장성 위구르족 자치구에서 벌어진 인종청소 행위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으로서는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런 인권문제까지 들고 나오자 양제츠를 비롯해 환구시보에 이르기까지 중국공산당의 선전선동기구는 총동원돼 말 폭탄을 쏟아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한껏 고조된다. 그러면 양동작전의 주요 카드로 등장하는 것이 북한이다. 중국이 지난 수 십 년 동안 미국과의 대립사태가 발생하면 전가의 보도인 양 써먹은 것이 북한 카드다. 핵무장 북한은 중국으로서는 더더욱 유용한 미국 견제 카드다.” 계속되는 더 힐의 지적이다.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이든 미대통령과의 통화이전에 이루어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시진핑은 무슨 메시지를 전달했나.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비전과 중국과 한국관계의 장래 목표 등을 제시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베이징의 입장은 북한과 같다는 외교적 시그널을 바이든 행정부에 보냈다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그 메시지는 다름 아닌 중국이 한반도에서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미군철수와 안전보장 공백상태라는 것.
내셔널 인터레스지가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인 부문은 문재인-시진핑 통화가 이루어진 시점이다. 한국의 청와대는 한국과 동맹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이전에 미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시진핑과 통화를 한 데 대해 아무 의도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자체로 상당한 정치, 외교적 함의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이 시진핑의 호출에 따라 베이징을 방문한 것과 상당히 유사한 정황으로 해석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북한사상 전례가 없는 외교적 일대 이벤트다. 그런데도 트럼프와의 만남을 앞두고 김정은은 시진핑을 만남으로써 북한은 그 어느 나라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새삼 알린 것이다. 반대로 그만큼 위축된 것은 미국의 위상이다.
바이든과의 통화에 앞선 문재인-시진핑 통화도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문 대통령 주변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얘기가 ‘제3의 길’이다. 미국과 중국 간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균형자,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시진핑 체제의 팽창주의, 패권주의, 경제적 침탈에 대해 인권과 자유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강화를 통해 대처해 나간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 입장이다. 그런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그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도대체 어떻게 비쳐질까. 그 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런 정황에서 특히 워싱턴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북한 원전 비밀지원 의혹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남북대화에 대한 자유방임적 접근방식이 이런 사태를 가져오게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당초 한미동맹이 한미 양국에 왜 필요한지 이해가 부족했다. 그런 트럼프의 무지에다가 트럼프 특유의 소영웅주의를 이용해 문재인 정권은 좌파의 궁극적 목표인 남북 통합에 접근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의 부산물의 하나가 북에 대한 비밀 원전지원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대만해협의 파고가 계속해 높아가고 있다. 무엇을 말하나. 한미동맹붕괴를 위해 온갖 술수를 부려온 중국 공산당. 그 베이징의 압박이 더 거세진다는 것이다.
그와 반비례해 한미 양국관계는 심한 이견노출과 함께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은 커지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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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