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 갈 집 구하기 힘들어 집 안 팔아요’
▶ 보유자 4명 중 1명 한 집서 20년 거주, 한 집 평균 거주 기간은 13년
코로나19 우려로 노인 요양 시설 입주를 미루고 기존 주택에서 장기간 거주하려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없음. [준 최 객원기자]
매물 부족으로 매년 주택 가격이 오른 지가 거의 10년째다. 주택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매물 부족 현상에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스테이 풋’(Stay Put) 트렌드다. 스테이 풋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이사하지 않고 장기간 거주하는 트렌드로 최근 10년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주택 보유자 중 무려 20년간 한 집에서 거주한 비율은 약 25%로 나타났다.
주택 보유자 4명 중 1명은 20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는 조사 결과로 이 같은 비율은 2010년 조사 때 약 14.3%, 2005년 조사 때 약 8.6%로 약 2배씩 높아지는 추세다. 또 지난해 한 주택에서의 평균 거주 기간은 약 13년으로 2019년(약 12.8년)보다 길어졌다.
최근 재택근무 보편화로 교외 지역 이사를 택하는 가구가 증가했지만 미국인 대부분은 이사를 꺼리는 ‘스테이 풋’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스테이 풋을 택한 이유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낯선 바이어가 집을 보러 오는 것을 꺼리거나 주택 구입 경쟁이 너무 심한 이유 때문 등으로 조사됐다.
대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 급등으로 부동산 에이전트 수수료 상승 등 셀러의 주택 매매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라며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주택 처분을 미룬 주택 보유자들은 대신 낮은 이자율로 갈아탈 수 있는 재융자 혜택을 누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페어웨더 이코노미스트는 ‘스테이 풋’ 현상의 또 다른 이유로 신규 주택 공급 부족을 들었다. 지난 10년간 공급된 신규 주택은 약 680만 채로 196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2000년대 공급된 신규 주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저소득층용 신규 주택 공급이 크게 감소해 다운사이즈를 원하는 은퇴 연령층 주택 보유자들의 스테이 풋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일부 주의 재산세 규정도 주택 보유자들을 한집에 장기간 묶어 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주의 경우 1978년 통과된 주민발의안 13에 의해 주택 가격 상승폭에 상관없이 재산세 과세 표준 인상폭을 연 2%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오래전에 주택을 구입한 주택 보유자는 현재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어도 주민 발의안 13에 의해 재산세 금액이 매우 낮다.
만약 오래 거주한 집을 팔고 새 집을 구입하게 되면 현재 시세가 적용된 구입가 기준으로 재산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재산세 부담이 갑자기 높아진다.
텍사스 주의 경우 65세 이상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주택 처분 시까지 재산세를 유예해 주는 재산세 규정을 시행 중으로 이들 두개 주에서는 한 집에 오래 거주할수록 재산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스테이 풋’의 또 다른 이유로 지목된다.
주택 보유 비율이 높은 시니어층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요양 시설 입주를 꺼리는 현상도 시니어층의 스테이 풋 원인으로 분석된다. 스코티아 은행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부모나 조부모 또는 자신의 노인 요양 시설 입주 계획을 가졌던 경우 중 약 70%가 요양 시설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자택보다 높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약 55%는 또 코로나19 사태로 노인 요양 시설 입주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늦추고 있다고도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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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