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시대라고 해야 하나. 한 세기만의 최악의 팬데믹에,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 난입사태. 이와 함께 막을 내린 트럼프 시대와 관련해 던져지는 질문이다.
이 광기의 시대는 쓰디 쓴 교훈들을 적지 않게 남겼다. 그 궁극적 교훈은 ‘인격의 문제(Character Matters)’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누구의 인격을 말하나. 대통령의 인격이다.
대통령중심제 민주주의의 전범(典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숙한 민주주의에, 시스템의 나라가 미국이다. 그 미국이 대통령 한 사람의 자질과 개성에 따라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미국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어 하는 말이다.
‘대통령의 인격이 문제다(The Character of a President Matters)’-. 새삼스럽지만 한국으로 눈을 돌려 이 문구를 들이 대본다. 어떤 그림이 보이고 있나.
“탈 권위적이다. 소통의 리더십이다. 역대 대통령들과 다른 파격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지지율이 80%선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집권초기에 나온 평가들이다.
취임 4년이 지난 오늘 문 대통령은 그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통은 아예 부재다. 가타부타 자신의 의사를 뚜렷이 밝히지 않는다. 조국사태, 추미애 사변 등에서 보듯이 자신에게 책임추궁이 돌아올 사안에는. 그게 ‘문재인표 소통’이라는 비난이 나올 정도다. 거기에는 ‘비열한 대통령’이란 이미지가 덧칠해져 있다.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 뭔가에 한 번 꽂히면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고 덮어놓고 믿는 자기맹신에 빠져 드는 경향이다.” 소통부재의 리더십, 지지율이 30%선으로 떨어진 요즈음 나오는 문 대통령에 대해 내려지는 또 다른 평가들이다.
‘뭔가에 꽂히면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고 덮어놓고 믿는 자기맹신’-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기질은 그의 인사에서, 경제정책에 이르기까지 국정전반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 중 자기맹신 성향이 더 특히 강하게 배어 있는 것은 북한정책이다. 청와대를 점령하다 시피 한 주사파 집단에 둘러싸여 좌향좌 일방의 편향적 사고가 굳어져 가고 있는지 북한정책, 더 나가 전반적인 문재인 외교는 날로 코드화 되고 있다.
고도화된 첨단무기 영상을 전 세계에 내보이면서 한국을 직접 겨냥한 전략 핵무기 개발을 강조했다. 그리고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우리의 경고를 외면하고 있다”고 으름장도 놨다. 연초 열린 제 8차 조선노동당대회에서 김정은이 보인 행패성의 행태다.
그 김정은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생뚱맞은 논평을 내놨다. “김정은 위원장의 평화 의지, 대화 의지, 비핵화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던가. 그리고 한미합동군사훈련문제는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 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문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변치 않는 애모의 정은 김여정 하명법(북한 전단금지법)이 제정됐을 때 이미 재차, 삼차 확인됐다. 그 지극한 사랑이 숭북(崇北)으로 발전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해적 발상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할까.
그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것이 조롱으로, 그리고 마침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희망은 전략이 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헛된 희망,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미몽으로 점철된 문 대통령의 신년 회견에 대한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논평이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으로 낙점한 문 대통령의 인사조치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어게인’의 헛된 염원이다.” 아시아타임스지의 지적이다.
트럼프의 톱-다운방식의 대북접근은 실패작으로 워싱턴에서 컨센서스로 굳어진지 오래다. 그런데다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팀 대부분은 반중노선에 대북 강경론자들이다. 그런 마당에 문 대통령은 ‘그 날이여, 다시 한 번!’의 헛된 꿈에 사로잡혀 있다는 거다.
미국우선주의에다가, 소영웅주의에 빠진 트럼프의 이기심을 이용해 좌파 정권의 궁극적 목표인 남북 통합에 접근하려는 문재인식 북한정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이루지 못할 약속을 위해 국내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처관보로 기용된 한국계 미국인 정 박(한국명-박정현)의 지적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망상에 가까운 자기 맹신은 대한민국의 안보는 물론 민주주의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의 심정에서인가. 임기를 1년여 밖에 안 남은 시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발언을 마다않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과의 전화 통화에서 시진핑의 업적을 찬양한 것은 물론 중국공산당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한 것.
그 아부에 가까운 모화(慕華) 사대성의 발언 내용도 내용이지만 타이밍도 그렇다. 동맹국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통화 이전에 미국과 사실상 적대관계에 있는 중국의 지도자와 통화를 먼저 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중국 편’이란 인식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생각이 못 미쳐 그랬을까. 의도적이었을까.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 대한민국의 원전은 파기하고 핵 공격 위협을 하고 있는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발상까지 하고 있는 것이 문재인 정권이니까.
그 후과는 뭘까. 외교 참사…. 대재앙…. 이런 말들이 떠올려진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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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