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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국’ 시작의 해, 2021년

2021-01-04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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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바이든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거리두기도 엄격히 실시돼 가족들조차 멀리 떨어져 지켜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예년과 같은 대규모 경축 인파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치러지는 2021년 1월20일의 제46대 대통령 취임식.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이 예상한 그림이다.

어딘가 적막해 보이는 그 광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상념에 젖게 될까. 미국의 영광은 스러지고 이제는 낙조가 들고 있는 것으로 보지는 않을까.


1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월남전. 이 세 개의 전쟁에서 전사한 사람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바이러스의 내습으로. 그것도 1년도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겨울이 깊어지면서 하루 사망자 수는 9.11사태 희생자 수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경제는 엉망인 가운데 레드 아메리카와 블루 아메리카의 대립은 남북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BLM(Black Lives Matter)운동 확산과 함께 발발한 인종폭동으로 미국의 주요도시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그런데다가 중국의 부상은 뭔가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최악의 해가 2020년이었다. 그 악몽과 함께 미국 쇠망론이 또 다시 대두되고 있다.

‘미국 시대는 끝났다. 미국은 이제 지는 해다’- 사실 어제 오늘의 주장이 아니다.

미국은 대공황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대고 있었다. 반면 일본과 독일은 일찍이 대공황에서 탈출, 눈부신 회복세를 보였다. 1930년대의 상황으로 당시 화두는 미국 쇠망론이었다. 그러나 혁신적인 뉴딜정책과 함께 미국은 다시 도약했다.

1957년 공산주의제국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쏴 올리자 미국인들을 사로잡은 것은 역시 미국 쇠망론이었다. 반전운동에, 잇단 암살사건, 월남전 패망으로 점철된 60년대에서 70년대에 풍미했던 내러티브도 ‘아메리카 시대는 종막을 맞았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소련과의 냉전이 미국의 승리로 끝난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기간에도 비관론이 팽배했었다. 쌍둥이 적자에다가 미국의 산업이 쇠퇴기미를 보이자 ‘냉전의 진정한 승자는 미국이 아닌 일본과 독일’이라는 주장이 대두됐던 것.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2008년 금융위기의 깊은 내상에서 미국은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적 시스템은 부식되어 가고 있다. 중산층의 몰락, 보수와 진보의 극한대립, 인종폭동에, 부정선거시비…. 그 와중에 덮친 COVID19은 미국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거기다가 14년째 뒷걸음 치고 있는 세계의 민주주의. 그리고 중국 등 권위주의세력의 발호와 함께 크게 흔들리는 미국주도의 국제질서. 이는 ‘미국은 지는 해’임을 알려주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상을 무너뜨린 2020년, ‘끔찍한 해(the annus horribilis)’에 또 다시 대두되고 있는 미국 쇠망론의 요지다. 그러니까 이제 막 열린 2021년은 미국의 쇠퇴와 함께 암흑시대로 접어드는 첫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언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끔찍한 해’는 1979년에도 붙여진 타이틀이었다.

1970년대는 위기에서 위기로 점철된 시기였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닉슨이 하야했다. 사이공이 함락됐다. 오일 쇼크에, 브렌튼우즈 체제 붕괴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1979년은 이런 정황에서 전 세계적 불황, 이란회교혁명,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라는 3대 악재가 동시에 터진 그야말로 ‘annus horribilis’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내 미국의 대반격은 시작됐다. 서방주요 선진국들을 한데 묶은 G7창설을 통해 세계화와 함께 소련의 공세에 공동으로 대처했다. 동시에 도입한 것은 시장 친화적 경제개혁이다.

뒤에 와서 보면 미국의 영향력이 바닥에서 반등, 다시 회복되기 시작한 해가 ‘끔찍한 해’ 1979년으로 그 여세로 10년 후 베를린장벽이 붕괴되고 동서냉전은 미국의 승리로 마감된다.

“2020년은 아마도 위대한 미국의 재탄생의 모멘텀(momentum)을 이루는 그런 해가 되지 않았을까.”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이 내린 진단이다.

그동안 미국을 수차례 엄습한 대위기, 그 때마다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선 그 원동력은 어디서 찾아지나. 새뮤얼 헌팅턴은 일찍이 무엇보다도 탁월한 미국의 자정능력을 꼽았다.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바이든 승리, 연방의회 의석수 경쟁에서는 사실상 공화당의 승리로 끝난 2020대선 결과는 우파 포퓰리즘도, 폭동을 일삼는 좌파 과격주의도 모두 배격한 미국의 집단지성의 발로, 다시 말해 미국의 자정능력이 작동한 결과로 보여 진다는 것이다.

그런 미국은 강력한 외부의 도전을 맞닥뜨리면 하나가 되는 일면을 지니고 있다. 소련과의 냉전 시 해외정책에 있어 민주, 공화의 구별은 없었다. 초당적 대처로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중국의 부상은 역으로 미국을 하나가 되게 하고 오히려 쇠망을 막아주고 있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지의 분석이다. “아니, 미국뿐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결속을 촉진시키고 있다.”이어지는 블룸버그 통신의 진단이다.

중국 같은 적대적이고 권위주의적 체제를 배제시키는, 공급망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다른 주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중국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맹방의 전함들이 서태평양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도 그렇다. 뭐랄까. ‘자유민주주의 무적함대’의 대반격이 시작됐다고 할까.

2021년은 아무래도 ‘암흑시대 시작’보다는 ‘새로운 미국의 시작’, 그 원년으로 보인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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