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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주의 일본을 닮았다’고…

2020-12-28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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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타비(我是他非). 조국에 이어 ‘추미애의 난(亂)’기사로 한 해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그 세파에 빗대 한국의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자로 옮긴 신조어다.

‘2020년 미국의 버즈워드(buzzword)는 그러면 무엇일까’-. COVID-19이 아닐까. 재선은 따 논 당상인지 알았다. 승승장구하던 트럼프의 기세가 COVID-19로 꺾여 연임에 실패했다.

연중무휴, 계속 창궐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일상용어로 굳어진 것은 ‘제2의 냉전(Cold War II)’이다. 2년 전만해도 ‘설마…’가 대세였다. 그러던 것이 팬데믹상황에서 국제정세가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구도로 굳어지면서 현 상황을 냉전에 비유하게 된 것.


공교롭게도 그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도 중국이고, 제2의 냉전도 미국과 공산당 집권 중국의 대결의 모양새다. 이런 점에서 올해 미국의 대표성 구호는 BLM(Black Lives Matter)이 아닌 CM(China Matters)이 아닐까 싶다.

‘2020년은 미-중관계가 아주 급속히 악화된 해다’- 연말을 맞아 주요 언론마다 내놓고 있는 분석이다.

무역전쟁에 뒤이은 기술경쟁, 홍콩사태, 완력외교에 무력도발, 신장성 위구르자치구에서 자행되고 있는 사실상의 인종청소…. 여기에다가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의 진범이란 인식과 함께 미국과 중국, 더 나가 서방세계와 중국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의 10월 조사에 따르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미국인은 73%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반중정서 확산에 베이징이 꺼내 든 카드는 체제의 우월성 선전과 반미주의 불 지르기 선동이다. 그 결과 중국인의 미국에 대한 인식도 부정일색으로 기울고 있다는 보도다.

거기에 또 하나. 중화민족주의를 대놓고 선전하고 주재국에 대해 무례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 이른바 ‘전랑외교’도 한 몫을 했다. 바이러스 내습에 쩔쩔매는 미국, 쇠망해가고 있는 미국쯤이야 하는 판단에서 비롯된 ‘중국스러운 신형외교’라고 할까.

“…그 미국과 중국의 경쟁관계는 앞으로 수년이 중차대한 고비가 될 수 있다. 역사와 현재 중국이 그려나가고 있는 궤적을 감안할 때 전쟁발발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날로 악화되어가고 있는 미-중 관계와 관련한 포린 어페어지의 분석이다.


“언제인가는 오늘 날 과거 소련의 패망을 회상하듯 중국을 돌아보는 날이 올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제 2의 냉전은 결국 미국의 승리로 결말지어질 것이다. 문제는 길어서 10년, 어쩌면 5년 이내에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맞을 수도 있다는 데에 있다.” 계속되는 지적이다.

무엇을 근거로 내린 전망인가.

동아시아, 서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은 점차 패권적 위치를 확보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지역에서 힘의 균형은 중국에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 그리고 G5 네트워크 구축, 인공지능(AI)기술 개발 등 일부 영역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앞서고 있다.

반면 ‘기회의 창’은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2007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된 중국경제는 생산성 감소, 부채비율 급등과 함께 계속 악화되고 있다. 미래에 회복될 가능성도 없다. 인구고령화와 함께 근로연령층 인구는 2억 이상 감소하는 반면 노년층 인구는 3억 명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뒤 따르는 것은 사회적 불안에, 정치적 혼란이다. 이 사실을 베이징도 잘 알고 있다.

거기다가 팬데믹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반중정서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1989년 톈안먼사태이후 최악수준이다. 그 여파로 일대일로전략이 흔들린다.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보이콧하는 나라는 계속 늘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쿼드 네 나라는 물론이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항공모함과 각급 전함이 서태평양으로 몰려들고 있다. 나토 핵심 국가들도 미국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참, 중국견제에 나선 것이다.

업보라면 업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만연시켰다. 그런 중국 공산당이 역정보도 모자라 ‘전랑외교’를 통해 책임을 전가하다가 역풍을 맞이한 꼴이라고 할까.

중국은 비교하자면 1차 세계대전 직전의 독일제국, 혹은 진주만 기습직전의 일본군국주의와 흡사하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지의 지적이다. ‘이대로 가다가는…’하는 초조감에 사로잡혀 결국 무모한 군사공격을 벌인.

경제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중국에 대한 전략적 포위망은 조여 온다. 게다가 시간은 없다. 몹시 초조하다. 그 중국이 필사적 몸부림성의 외부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큰 시기는 길어서 5년, 2~3년 이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도발 가능성 1순위 지역은 대만이다. 그 다음 순위지역으로는 중국 인접국들이 꼽힌다. 캄보디아, 미얀마 등은 이미 중국의 자장에 흡수됐다. 필리핀도 흔들린다.

대한민국은 그러면…. “핀란드화(인접 강대국에 예속돼 외교주권을 상실하는)의 유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냉전이 본격화 되면서 가중되는 권위주의 체제 중국의 위협에 굴복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민주적 가치를 하나 둘 계속 양보할 때에는.” 포린 어페어지의 지적이다.

‘동맹관리에는 2020년 미국대선보다 2022년 한국대선이 더 중요하다’- 지오폴리티컬 퓨처스의 조지 프리드먼이 일찍이 한 말이다. 2022년 대선에서는 제발이지….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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