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2020-12-1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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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20) 삽살개와 바둑이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옛부터 키우면 액운을 막아 낸다는 삽사리는 우리 문화에서 선호하는 ‘주인에게 충성하고, 애교스럽고, 인내심 많은’ 성품의 충견으로 21세기 반려견으로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견종이다. 우리 토종견의 대표 삽사리를 선택적으로 번식시켜 조선시대 그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둑이가 나왔다. 경북대 박물관에서 석상들과 눈 마주치는 늘봄이. 장모(긴털) 바둑이다.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강원도 태백산천제단(太白山天祭壇)에 오른 조선시대 그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둑이.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사리로부터 태어난 바둑이가 방문한 천제단은 일찍이 우리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신성한 제단이다.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한국삽살개재단 이사장 하지홍 교수(경북대)는 평생을 우리 토종견 복원에 헌신하며 삽사리와 바둑이를 복원해온 유전학자다. 하 교수의 부친 고 하성진 박사는 1960년대 경상도와 강원도 산간 지방에서 찾은 삽사리들을 가지고 지난 반세기 동안 경북대에서 삽사리 견종 복원 성공했다.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사리 복원 연구는 이렇게 경북대에서 3대에 걸친 노력으로 성공했다.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사리에서 태어난 바둑이가 강원도 강릉 앞 동해바다에서 뛰어놀고 있다.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바둑이가 울주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주변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에 고인 물을 마시고 있다.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사리에서 태어난 바둑이 동행이가 전라북도 고창군 구시포 해변에서 뛰고 있다.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경상북도 경산에 있는 한국삽살개재단에서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사리에서 태어난 바둑이와 삽사리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있다. 갓 태어난 강아지들이 있는 건물에는 어린 강아지를 보호하는 온돌이 설치되어 있다.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한국삽살개재단의 김지현씨가 삽사리에서 태어난 장모(왼쪽)와 단모(오른쪽) 바둑이 강아지를 옮기고 있다. 장모와 단모의 차이는 강아지 때 콧등 위의 털 길이에서부터 시작된다.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사리에서 태어난 바둑이 중 감정표현이 다양한 일석이와 아들 동행이.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사리에서 태어난 바둑이 중 뛰어난 종견 대박이(오른쪽)는 단모 바둑이다. 그 옆은 장모 삽사리인 겨레.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사리에서 나온 장모 바둑이.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경상북도 경산에 있는 한국삽살개재단에서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사리 유전체와 정액을 냉동 보관한다. 삽사리 연구원 천혁민씨가 냉동 보관 중인 삽사리 유전체와 정액을 관리하고 있다.

멸종 위기에서 복원된 명품 토종견의 재발견

우리 토종견의 대표 삽사리를 선택적으로 번식하다보니 조선시대 그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둑이가 나왔다.

옛부터 키우면 액운을 막아 낸다는 삽사리는 우리 문화에서 선호하는 ‘주인에게 충성하고, 애교스럽고, 인내심 많은’ 성품의 충견으로 21세기 반려견으로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견종이다.

세계적으로 이동이 없는 인종들이 각각 모습과 성격이 독특하고 특징이 다른 이유는 지리학적인 고립에서 선택된 종족 번식이 있었기 때문인데, 인간들에게 가장 먼저 가축화된 동물중 하나인 개들도 마찬가지로 기능적인 개성을 가진 종족번식으로 이어져 왔다.


한국의 지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우리 토종개들도 지역적인 특성을 갖게 되었는데, 예를 들어 섬에서 격리되어 진화된 진도개는 귀가성이 뛰어나며, 높은 산간지대의 풍산견은 근육질로 사냥에 남다른 능력을 가지는 등 모두 다 뚜렷한 외모와 기능을 갖춘 토종개로 자연스럽게 진화해왔다.

일찍이 우리 조상 동이족은 갑골문자를 만들어 동아시아 문자 문명과 조직사회 발전의 등뼈 역할을 해온 한자 문자를 있게 했는데, 인간들과 같이 살아온 삽사리의 DNA에는 그동안 살아온 반려견들의 역사가 백과사전처럼 수록되어 있다.

19세기부터 사람들은 선택적인 번식 방법을 통해서 여러 순종견들의 견종을 예술적인 수준으로, 기능적이나 원하는 모양으로 육종해 왔다.

한 가지 순종 견종을 만들어 내는 일은 그리 많은 기간이 필요하지도 않고, 개를 선택적인 번식을 하다 보면 특정한 견종을 정의하는 외모, 키, 몸무게 등 독특한 특성을 가지게 된다. 특정 성격의 개를 원하면 성격을 고정시키고, 선호하는 생김새가 있으면 그 생김새를 따라 만들어내는 등의 방법으로 수많은 견종들이 생겼다.

필자가 30여 년 전에 진도개 취재차 진도섬을 방문했을 때 살펴보니 서양식 기준으로 최소한 대여섯 견종의 성품을 소유한 진도개들이 있었다.

한국 토종개는 역사적으로 삽사리, 바둑이, 동경개, 더펄개, 발발이, 그리고 모든 개를 부를 때 쓰는 워리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렸던 기록이 있다.

그림과 석상으로 남겨진 모습을 정리하면, 다양한 외모를 크게 나눠 긴 털 개, 짧은 털 개, 얼룩 개로 기록되어 있다.


대부분의 우리 토종개는 1930년대에 일본 군부가 개 가죽으로 겨울 코트를 주문하면서 엄청나게 학살되었다. 털이 긴 삽사리는 특히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다.

한국삽살개재단의 유전학자 하지홍 박사의 부친 고 하성진 박사가 1960년대 경상도와 강원도 산간 지방에서 찾은 삽사리 개들을 바탕으로 해서 지난 반세기 동안 명맥을 이어온 삽사리 복원 연구는 경북대에서 3대에 걸쳐 삽사리 견종 복원 노력해서 성공한 사례다.

삽살개가 우리 문화에서 자연번식을 통해서 그동안 살아 남아 다양한 우성 유전체를 21세기까지 가지고 내려온 데에는 탁월한 중/대형견의 근육질 체구, 바깥 생활 및 다른 개나 동물과의 싸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때 유리한 두터운 털가죽 등의 장점이 있다.

선택번식 복원 과정에서 토종 삽사리 품종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수세기 전 조선시대 그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짧은 털 바둑이가 태어났다. 삽살개 유전체에는 고대부터 축척된 우리 토종개의 기억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2021년 논문으로 발표될 그동안의 토종견 DNA 연구 중간결과를 보면, 삽살개의 혈통적인 고대성이 보인다. 동아시아 견종들의 원조가 바로 삽살개라는 과학적인 해석이 나온다.

동아시아 개들의 DNA 연구를 보니 한국인과 함께 해온 삽사리는 모든 동아시아 개의 어머니로, 진도개, 동경이, 페키니즈, 퍼그, 시추, 티베트 마스티프, 티베탄 테리어 등 동아시아 견종의 유전학적 계층의 최상위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적인 토종견 유전체 연구를 통해 불충분한 교육으로 부족하게 알고 있던 고대 역사를 볼수 있게 하는 애견이야말로 진정한 충견이고, 우리 인간의 ‘찐친’(요즘 말로 가장 친한 친구), 영어로는 BFF(Best Friends Forev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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