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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인 한인 정치력 부활

2020-11-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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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인시는 지난 2004년 최석호(현 가주 하원의원), 강석희 씨(전 어바인 시장)가 시의원에 동반 당선되면서 한인 정치력 신장에 처음으로 불을 붙인 도시이다. 그 이후 여러 OC 한인 정치인들이 미 정계에 진출했다.

이들의 시의회 입성으로 ‘오렌지카운티는 미주 한인 정치 1번지’라는 수식어가 만들어졌다. 그동안 잠자고 있던 어바인 한인 사회도 깨어나 활동을 시작했다. 다수의 한인이 커미셔너로 선출되어 시정에도 참여했다.

그 당시에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대규모 축제인 ‘어바인 한국 문화 축제’가 태동하여 작년에 10회째 행사가 치러졌다. 이 외에 어바인 한인 사회에 시니어에서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고 작은 이벤트와 모임이 줄을 이었다. 이 시기가 어바인 한인 커뮤니티의 ‘황금기’였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국의 방송 신문 등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한인 시의원들의 활동이 소개되면서 어바인 시는 자연스럽게 한국에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에 어바인 시를 홍보하는 ‘특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게다가 당시 김흥국 등 한국의 인기 연예인들이 거주하면서 LA 다음으로 어바인이 한국에서 유명세를 탔다. 한국에서는 오렌지카운티는 잘 몰라도 어바인은 알 정도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남가주를 찾는 한국 정부 기관, 정치인, 상공인, 기관 단체 관계자들은 한인 시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어바인 시청 방문이 필수 코스이었다. UC 어바인은 한국 대학들과 활발한 교류도 했다.

그러나 강석희, 최석호 씨가 차례로 퇴임 후 한국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의 어바인 시청 방문은 뜸해졌다. OC 한인 커뮤니티도 예전보다 어바인 시정에 대한 관심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 지역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지만, 그동안 별다른 커뮤니티 이슈도 없었다. 한인 커뮤니티에 관련된 이슈가 있어도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다. 그동안 2명의 한인이 어바인 시의원에 출마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인 2세 태미 김씨(민주당)가 올해 어바인 시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해 당선되었다. 신예 정치인인 그는 14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현역 의원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한 이변을 일으켰다. (최석호 가주 하원의원은 어바인 시의원 첫 출마 당시 2위,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은 3위로 각각 당선됐었다)

김 씨의 당선은 몇 년 동안 공백이었던 어바인 한인 정치력의 ‘화려한 부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자칫 끊어질 뻔했던 어바인 한인 시의원의 바통을 이었다. 또 영 김, 미셸 박 스틸 의원의 뒤를 따르는 한인 여성 정치인의 계보를 이어가게 됐다. 향후 가주, 연방하원의원을 넘볼 수 있는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지도하는 ‘어바인 세종학당’과 ‘한미문화센터’(KAC) 대표를 맡고 있는 김 씨는 미 주류사회뿐만 아니라 OC 한인 커뮤니티와도 지속해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김 씨의 당선으로 한동안 중단되어 있던 어바인시와 한인 커뮤니티, 한국과의 연결 고리가 다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인들의 어바인 시정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어바인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1, 2세의 대변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김 씨는 볼티모어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던 부모를 도우면서 청년기를 보낸 만큼 1세대 한인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태미 김’이라는 새로운 한인 시의원을 배출한 어바인 시 한인 커뮤니티는 예전의 활발했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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