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이를 목격한 청소년들에게도 정신적인 피해를 주고 있어 피해자 상담 때 같이 상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청소년 우울증 및 자살 취재 중 들은 말이다. ‘코로나 블루’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 10대 청소년층이라는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듯 최근 10대 우울증 및 자살 문제가 위험 수준이다. 이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위한 취재였지만 왜 가정폭력이 등장했을까.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위기로 10대 청소년들은 학교 폐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적 고립이 심리적으로 이어져 불안과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더욱 높아졌다.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진이 코로나19 관련 청소년 불안과 우울증을 연구한 결과 대인관계가 좋고 네트워킹을 잘 하는 청소년들은 불안과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고립된 청소년들은 우울증과 불안을 경험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모와 유대관계 및 가정폭력 같은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이 집안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8개월째 지속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양상이다. 집안에서 물리적 혹은 사회적 고립상태에 있는 자녀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모의 도움 대신 겪는 가정폭력은 깊은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긴다.
특히 한인 가정을 포함 이민가정에서 가정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인가정상담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시작 후 3개월 동안 가정폭력 건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 속 가정폭력 피해자가 학대자와 함께 집에서 고립되며 가정폭력 위험이 더욱 증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인타운청소년회관, 한인가정상담소, 아시아태평양 정책기획협회(A3PCON) 등 8개 기관에서 가정폭력 위험과 예방에 대한 공동보고서를 발표했다. LA지역 한인 가정을 포함한 캄보디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 5곳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위험 및 예방위한 해결책을 연구했다. 보고서는 가정폭력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세대간 폭력 패턴 및 트라우마에 대해 알아야 폭력 대물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방을 위한 핵심으로 남성우월성과 성평등성, 결혼의 역할, 세대간 이민경험 차이 등이 언급된 가운데 부모가 보일 모범도 있었다.
생활기반이 약한 이민가정은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이나 건강문제에 더 큰 영향을 받으면서 신체, 정서, 언어, 경제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폭력이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모의 모습이 부부간 갈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으로 우울증을 겪을 수 있는 자녀의 정신건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것이 가정폭력 피해자가 자녀와 함께 상담을 받는 이유다.
우울증을 겪는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고립 속 힘든 감정을 이해해주고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는 부모의 사랑이다. 한인가정상담소는 “가정폭력은 아동학대에 해당된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우울증과 자살에 ‘가정폭력’이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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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