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눈여겨보는 순위가 있다. 바로 대학랭킹이다. 미국에는 US 뉴스 앤 월드리포트와 포브스 등 여러 기관이 그들만의 기준으로 순위를 발표한다. 하지만 평가 기준과 방식이 다르다 보니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랭킹과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관에서는 하버드 대학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지만 또 다른 기관들에서는 2위, 혹은 4위까지 밀리기도 한다. 대학랭킹 선정 기관마다 각기 다른 잣대로 대학들을 평가해서다. 명문대학들 사이의 격차는 큰 의가 없다고 해도 중하위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런 대학랭킹을 어디까지 신뢰하고 어느 정도까지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 대학 랭킹들의 허와 실, 활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 대학랭킹을 대하는 자세
대학랭킹을 발표하는 기관은 다양한데 이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라면 US뉴스 앤 월드리포트와 포브스, 니치,프린스턴리뷰 등을 들 수 있다.
여러 기관들의 대학랭킹을 실제 대학들의 서열로 인식하거나 무조건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름대로 조사기관들이 객관적인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완벽할 수는 없다.
이런 대학랭킹은 수험생 입장에서 잘 활용하면 입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수천 개의 대학이 있지만 우리들 귀에 익은 대학들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대학 순위 목록을 살피다 보면 그동안 잘 못들어 봤던 대학 이름들 사이에서 의외로 자신에게 적합한 대학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 순위 목록에는 여러 대학을 다양한 기준으로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광범위한 데이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대학별 평균 클래스 사이즈, 신입생 고등학교 GPA, SAT/ACT 점수, 재학 비용 등이 그것이다.
또한 대학 목록은 수 많은 대학들의 평판도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평가 기관마다 독특한 기준과 주관적 요소도 가미되어 있기느 하지만 대체적으로 대학별 학문적 성취도와 졸업생 진로 등은 잘 반영되어 있다.
특히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더 중점을 둬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 대학목록은 일반적으로 신입생의 평균 학점, 표준화시험 점수, 석차 등을 제공하는데 이를 활용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대학 랭킹만으로 지원할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곤란하다. 단순히 랭킹이 높다고 해서 지원자에게 맞는 대학이 될 수는 없다.
■ 선정 기준 다른 랭킹 사이트
왜 같은 대학인데도 랭킹은 큰 차이가 날까. 선정기관에 따라 평가 기준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US 뉴스 앤 월드리포트의 경우 대학의 학문적 명성과 평판에 가장 주목한다. 여기서 말하는 학문적 명성이란 교육 전문가들이 특정 대학에 대해 생각하는 학문적 수준과 성취도 등이다. US뉴스는 이 부분을 평가하는데 있어 고교 카운슬러를 포함 총장, 교수, 입학처장 등이 특정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오피니언을 근거로 한다.
물론 다른 기준도 있다. 학생 등록률과 졸업률 등 학생에 대한 성과와 관련해서도 평가 기준의 35%를 할애하며 교직원과 수업규모, 학생 대 교수비율, 전임교원 등은 20%를 차지한다.
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 학생 서비스 및 관련 비용 등이 포함되는 학교 재정 관련이 10%를 차지하며 같은 비중으로 표준화시험 점수, 내신성적 등 신입생의 학습능력을 평가한다.
포브스지는 졸업생들의 수입, 졸업생의 부채액, 학생들의 경험, 학자금 대출 연체율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며 오스카상이나 노벨상 수상과 같은 동문의 권위 있는 수상 내력 등도 포함시킨다.
포브스지의 랭킹 선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졸업생(졸업후 1~4년과 10년 이상)의 연봉, 학생 부채, 신입생 재등록률을 포함한 학생 경험에 대해 각각 20%의 비중을 두며 특별하게 ‘미국 리더 목록’을 만들어 이 부분에 15%를 할애하는데 학부 졸업생들과 리더 목록에 들어간 사람의 숫자를 비교한다.
이밖에 각종 어워드를 수상한 동문 수 등을 근거로 한 학업성공률에 12.5%, 졸업률에 같은 비중을 두고 평가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US 뉴스는 종합대학과 리버럴아츠 칼리지로 나누어 평가한 반면 포브스는 연구중심 종합대학과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함께 평가를 한 것도 차이점이다.
니치 리스트는 ‘삶의 질’을 가장 강조한다. 물론 다른 두 기관과 마찬가지로 학문적 명성과 학생 성과도 랭킹 선정 평가 기준이다. 또 니치는 캠퍼스 라이프의 질에 관해서느 기숙사와 운동시설, 테크놀러지 수준 등이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 SAT 점수와 학교 랭킹은 무관
대입 전형에서 내신성적과 함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표준화 시험의 하나인 SAT 점수와 대학 랭킹의 상관 계도 궁금하다. 이 둘은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아이비리그 같은 최고 명문대들은 당연히 SAT 평균점수도 가장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대학 랭킹과 SAT 점수 사이에 직접적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의 경우 탑 25스쿨 합격생 평균 SAT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은 1,560점을 기록한 칼텍이다. 하지만 칼텍의 전국 랭킹은 공동 12위다. 공동 3위 시카고대학(1,530점), 공동 16위 라이스대학(1535점) 순으로 높았다.
이에 반해 랭킹 2위인 하버드는 1,520점이었으며 1위인 프린스턴은 1,500점으로 칼텍보다 60점이나 낮았다. 랭킹 7위인 스탠포드는 1,500점보다 많이 낮은 1,465점이다. 탑 25 중 UCLA는 가장 낮은 1,365점을 기록했으며 합격생들 중간 50% 점수는 1,240~1,490점으로 나타났다.
SAT 평균점수가 가장 높은 칼텍의 경우 입학생의 25%만이 1,530점 이하를 기록했으며 75%의 학생들은 거의 만점 수준인 1,590점 혹은 그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이는 명문대들이 SAT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반드시 더 유능하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울트라 수준의 SAT 고득점과 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 지적 수준 사이에 엄청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1,600점 만점을 받은 학생이 1,400점을 받은 학생보다 학문적으로 더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의미다. 즉 ‘표준화시험 만점’이 특별하기는 하지만 명문대일수록 여기에 더해 뭔가 차별화되고 특별한 스펙을 찾는다.
■ 랭킹 무조건 맹신은 금물
여러 대학 랭킹에 대해 적당한 활용은 괜찮지만 지나친 맹신은 곤란하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앞서 언급했듯 조사기관 마다 선정 기준이 다른데 이중에는 아주 주관적이고 응답자의 설문에 기초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들 기관이 평가 기준으로 내세운 ‘삶의 질’ 이나 ‘아카데믹스’ 조차 응답자 설문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문제는 설문 응답자가 그 대학의 대표성은 물론 객관성을 확보했는가를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린스턴 리뷰’는 대학 랭킹을 선정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이 조사는 온라인으로 제공되고 원하는 학생들은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설문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전체 학생을 대표하지 못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발적으로 설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바 더 강한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US 뉴스 & 월드 리포트도 대학의 아카데믹을 평가한다며 고교 카운슬러와 다른 대학 교수와 관계자 등의 응답에 기초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같은 의문을 갖게 된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든 대학과 고교 카운슬러를 대표하고 있는가이다.
오히려 충분히 대표성이 있는 명망 있는 학자들과 유능한 고교 카운슬러 중에서는 설문조사 참여를 권유받고도 응답하지 않기도 한다는 게 대학랭킹을 전적으로 신뢰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리드칼리지와 같은 일부 대학들은 대학 순위 목록에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아 아예 이들 기관에 정보를 제출하지 않는다. 즉 이 대학의 순위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랭킹을 대하는데 있어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학교가 나에게 가장 적합한가’ 보다 ‘몇 위 안에 드는 학교’에 집착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엄밀하게 말해 5위와 10위의 대학 사이에는 교육의 질에 있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순위’ 때문에 10위의 학교가 더 적합한데도 불구하고 5위의 학교를 선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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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