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을 급속히 악화시키고 대처와 수습을 어렵게 만든 것은 무차별적으로 확산된 잘못된 과학적·의학적 정보들이었다.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지적 능력과 판단력이 의심되는 한심한 정치인들이었다. 이들은 검증되지 않은 엉뚱한 주장들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세상은 갈수록 온갖 종류의 ‘불량’들로 넘쳐나고 있다. 정치는 불량 정치인들에게 점령당한 채 제 기능을 하지 못한지 오래다. 여기에 불량 언론이 빠질 수 없다. 불량 정치와 불량 언론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퍼뜨리는 불량 정보들은 국민들의 판단력을 어지럽혀왔다.
서글픈 것은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듯 진짜 뉴스와 정확한 정보보다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가 사람들에게 더 강하게 어필하고 적극적으로 소비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정보와 뉴스들은 대부분 뇌의 화학적 반응을 유도할 만큼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뉴스와 정확한 정보보다 빨리 그리고 더 넓게 퍼진다.
그런 까닭에 2020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안에서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들이 지난 2016년보다 훨씬 더 많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은 지극히 우려스럽다. 독일의 디지털 관련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저먼 마셜펀드 디지털’이 페이스북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금년 3분기에 반복적으로 잘못된 내용을 내보내는 매체들의 뉴스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코멘트를 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한 총 회수가 지난 2016년 3분기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팬데믹을 고려한다 해도 너무 많이 늘었다.
충격적인 것은 이런 “좋아요”와 코멘트의 3분의 2가 ‘파머 리포트’(Palmer Report), ‘페더럴리스트’(Federalist) 등 단 10개 매체의 기사들이었다는 것이다. 연구기관은 이런 매체들을 ‘허위 정보 생산자들’ ‘조작자들’이라 칭했다. 반면 로이터나 AP 통신 같은 정통 매체들의 기사가 “좋아요” 버튼과 함께 공유된 경우는 별로 없었다.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의 확산성은 지난 대선 후 이뤄진 MIT 연구에서도 이미 확인된바 있다. 당시 연구결과를 보면 소셜미디어에서 진짜 뉴스가 1,000명에 전파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던 반면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는 1,000명을 훌쩍 넘어 수만 명에게 퍼져나갔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속도이다. 가짜 뉴스의 전파 속도는 진짜보다 무려 6배나 빨랐다.
트럼프를 위시한 정치인들이 왜 사실이나 진실과 동떨어진 내용의 주장과 발언을 무책임하게 내뱉는지, 또 언론들은 왜 완전히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그토록 성급히 퍼뜨리는지 그 저의와 의도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연구결과들이다. 불량 정치인들과 불량 언론들이 무분별하게 던진 후 회수하지 않은 떡밥들로 낚시터는 청소가 힘들 정도로 지저분해졌다. 이들의 불량한 작태가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다른 불량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렇듯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가 기승을 부리게 되면서 이를 잘 분별해 내는 것은 올바른 시각과 판단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됐다. 문제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한 언론관련 단체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가짜 뉴스 2건과 진짜 뉴스 4건을 가지고 진위여부를 가리는 실험을 해 본 결과 진짜와 가짜를 전부 구분해 낸 사람은 단 1.8%에 불과했다.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는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위협한다.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에 속아 왜곡된 판단으로 국민들의 권한을 위임받을 사람들을 결정한다면 민주주의의 참뜻은 이미 훼손된 것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정통 매체 등 여러 기관들이 팩트체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균형 잡힌 판단력이다. 불량 정치와 불량 언론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을만한 식견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 “당신의 방에서 스크린을 치우고 그 곳을 책으로 채우라”는 예일대 역사학자 티모시 스나이더의 조언은 이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 선거는 불량 정치인들을 감별해 영구히 퇴출시키는 청산절차가 돼야 할 것이다. 불량 정치는 불량 언론과 한 통속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불량 정치인들을 잘 감별해 낸다는 것은 불량 언론에 휘둘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불량 정치인들만 잘 솎아내도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가 뿌리를 내리는 토양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바로 이런 우량 유권자들이다.
yoonscho@koreatimes.com
<
조윤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