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교관 성추행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2020-10-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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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총영사관에서 계약직 직원이 상사한테 강제 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를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뉴질랜드 외교관 동성 추행 문제로 국가 망신을 당한 게 얼마전인데, 해외 최대 한인사회를 관할하는 미국 내 대표적 재외공관인 LA 총영사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국정원에서 나온 부총영사 급 고위직이 연루된 것이어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하다. 더구나 사건이 벌어진 지난 6월 말은 LA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한창일 때였는데 그런 와중에 공관 고위직이 직원과 회식을 하고 추행까지 저질렀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기강해이 행태다.

외교부는 지난 몇 년 간 재외공관에서 잇달아 제기돼온 성비위 사건들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는 현직 대사가 부하 직원을 성추행했다가 재판에 회부돼 실형까지 받았다. 일본에서도 한 총영사가 여직원 성추행 의혹 등으로 한국으로 소환돼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유사한 사건들은 많았다. 강경화 장관이 취임 초부터 외교부 내 성비위 근절을 천명하고 무관용 처벌 원칙을 강조해왔지만, 줄줄이 터진 성추문 사건들로 인해 장관이 국회에서 공식 사과를 해야 했던 게 바로 작년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LA 총영사관에서 불거진 이번 성추행 사건은 발생 4개월이 지나도록 아직도 이렇다 할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돼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추행 가해 당사자는 경찰 수사 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사건 발생 후 한 달여가 지난 후 본국으로 소환돼 직무에서만 배제됐을 뿐 별다른 징계 없이 국정원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외교부의 부적절한 대응과 후속 조치는 지적받아 마땅하다. “국정원 소속이라 핸들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해명은 납득이 어렵다. 만에 하나 공관원이 국정원에서 나왔다고 해서 공관장의 지휘 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고 행동하는 분위기였다면 더욱 문제다.

외교부는 이미 강력한 성희롱·성폭력 대처 지침을 만들어 놓고 무관용 대응을 강조해왔다. 그런 시스템이 허수아비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상응하는 처벌을 통해 이같은 일이 LA 총영사관은 물론 어느 재외공관에서도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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