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때-. 치과는 가능한 방문을 미루고 싶은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입을 딱 벌리고 누운 환자와 그 입안을 들여다 보며 세공사처럼 정교한 작업을 해 나가는 의사. 숨결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치과 치료는 이뤄진다. 치료받는 환자가 마스크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치아까지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충치의 진행을 늦춰 주지도 않는다. 팬데믹이 되면서 더 늘어난 치과 치료도 있다. 이빨이나 크라운이 깨져서 오는 환자는 늘었다.
샌디에고의 한 치과에는 이빨에 금이 생겨 오는 환자가 보통 이틀에 한 명 꼴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하루 2명, 많을 때는 5명이 온 적도 있다. 아이오와 주의 한 치과 클리닉도 지난 8~9월의 치아 크랙 환자가 작년 같은 때보다 2배 늘었다고 한다.
수면 중에 이를 가는 사람이 늘어 난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부지불식간에 이를 앙다무는 이들도 있다. 팬데믹 스트레스 탓이라고 한다. 코비드-19 때문에 이빨이 깨진다? 너무 나간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얼마 전 CNN 뉴스가 전한 이야기다. 사족 같지만 이빨이나 크라운에 금이 가면 바로 치과를 찾는 것이 좋다. 미루다 보면 신경치료 같은 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다.
코로나 시대 최일선에 선 치과 의사들은 어떨까. 1.5세 치과의 캘빈 남, 남태준 씨를 만났다. 오렌지카운티의 라하브라와 풀러튼 경계에 있는 ‘남태준 치과’도 다른 치과들처럼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도로 문을 연 것은 한 달여 뒤인 4월 중순. 지금은 치과의사, 병리사 등이 포함된 14명의 스탭들이 주 6일 환자를 맞고 있다.
지금 같은 때 치과같은 민감한 의료를 정상적으로 해 나가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스탭이나 환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했다. 그는 불쑥 두 손을 내밀어 보였다. “이게 의사 손 같으세요?” 그의 손에는 험한 노동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의 생각은 이렇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플루 백신처럼 정기적으로 맞아야 할 공산이 크다. 지금같은 상황이 일상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노멀을 살려면 치과 병원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직접 진료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치료 과정에서 우려되는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 필요할 때 인부의 도움도 받았지만 대부분 공사는 직접했다. 일하다가 홈 디포로 뛰어 가기도 했다.
이 치과에 들어서면 우선 천장에서 내려온 둥그런 흡입판들이 눈에 띈다. 진료실, 오피스, 비품창고에까지 30여 개가 내려와 있다. 100스케어피트 마다 하나 꼴. 기계실에 강력한 제트 엔진을 달아 이 흡입구를 통해 빨아 들인 실내 공기를 하수구로 빼낸다. 비말뿐 아니라 에어로졸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치료 때 사용하는 덴탈 배큠의 기능은 대폭 강화했다. 환자의 호흡을 바로 빼낼 수 있도록 했다. 설치돼 있던 모터의 용량을 높였다. 곳곳에 놓인 자외선 멸균기인 UV 라이터로 방역을 하고, 수술실 등을 소독할 때 쓰는 하이포클로로스, 염산을 분무기에 넣어 실내를 청소한다. 표면에 묻은 균을 없앨 수 있다.
치과 치료에는 최근 베타다인 스프레이가 새로 도입되고 있다고 한다. 환자의 입속에 뿌리면 99% 멸균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탭들의 철저한 개인보호장비(PPE) 착용과 환자의 발열체크 등은 기본이고, 손을 내밀면 저절로 세정제가 떨어지는 기구도 들여 왔다.
코비드-19가 덮치면서 치과의 30% 정도는 정상 오픈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치과도 환자도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치과를 통한 감염사례가 보고된 것은 없다. 치과병원들이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지킨다면 치과같은 민감한 치료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말도 되겠다.
설비 공사에는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했다. 지금 같은 때 투자금이 회수되겠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장비구입부터 시공까지 직접 했기 때문에 상당히 절약할 수 있었지만 좀 편하게 했더라면 장비와 시설비가 15만달러 정도는 됐을 것으로 추산한다. 다행히 일찌감치 연방정부 지원금 PPP를 받아 큰 도움이 됐다. 장기 치료중인 환자들은 올해 말까지 예약이 끝났고, “집 보다 병원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스탭도 있다고 전한다.
구강 외과를 공부한 그는 몇 년 전부터 고려대학 등 한국의 대학병원 성형외과 팀들과 함께 미얀마에서 언챙이 수술을 하고 있다. 올해는 갈 수 없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꼭 다시 갈 계획이다. 27년간 의료선교를 하면서 소망을 되찾은 이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발을 딛고 선 땅에서는 억척으로 코로나 시대를 이겨나가고 있는 남태준씨. 하지만 치과의사로서 그의 비전은 더 멀리, 더 큰 곳을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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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