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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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노숙자 섬긴다

2020-10-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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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꽃동네’ 팀 매주 목 식사 제공

▶ 주교황청 대사관 한가위 만찬 후원

전 세계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이 수많은 노숙인의 보금자리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의지할 가족도, 집도 없는 이들은 낮에는 어디론가 흩어져 구걸하고 밤에는 성베드로 광장 한쪽에서 잠을 청한다. 끼니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인 이들에게 매주 목요일 저녁은 가장 기다려지는 때이다.

한국 가톨릭 비영리 재단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이하 꽃동네) 소속의 박야고보(본명 박형지) 수녀가 중심이 된 봉사팀이 정성 들여 만든 주먹밥과 따뜻한 야채수프를 들고 광장을 찾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둥근 보름달이 떠오른 1일 저녁(현지시간) 이들에게 특별한 만찬 메뉴가 전달됐다. 잡채와 불고기, 새우튀김을 얹은 야채 볶음밥 등이 담긴 이날 특별식은 한국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준비된 것이다.

봉사팀으로부터 커다란 음식 봉투를 하나씩 받아든 노숙인들은 해맑게 웃으며 ‘감사하다’는 뜻의 ‘그라치에 밀레’(Grazie mile)를 연발했다. 바티칸 노숙인들의 한가위 만찬은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의 후원으로 이뤄진 것이다.

박야고보 수녀는 성베드로 광장 노숙인들의 벗이자 동반자로 통한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광장을 찾아 노숙인들과 함께했다. 지난 2월 이탈리아를 강타한 코로나19도 박야고보 수녀는 현지 다른 봉사단체들이 감염 우려로 모든 활동을 중단했지만 노숙인들과 우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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