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료 기다리다 죽어간다

2020-10-05 (월) 12:00:00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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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저소득층 평균 대기기간 89일… 수 개월 걸리기도

LA 카운티의 공공의료 시스템이 전문의 방문까지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 저소득층과 빈곤층 환자들의 경우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에 이르고 있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아파도 당장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신문은 의사와 간호사, 환자들이 수 개월에 걸친 대기 기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환자에게 견딜 수 없는 통증과 악화되는 질병 및 점점 커지는 절망감을 안겨다 준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가 LA카운티 보건국에서 전문의 진료를 요청하는 86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의 대기 기간은 평균 89일이었다. 카운티 보건국의 공공의료시스템은 지역 내 빈곤층 및 경제적 취약층 주민 200만여 명에게 제공되는 거대한 안전망 시스템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주치의가 요청한 전문의 진료 신청건수를 분석한 결과 생사가 오가는 신속한 치료가 필요함에도 신경과 의사나 신장전문의, 심장병 전문의 등 전문의 진료를 받는데 수 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LA타임스의 분석 내용이 보도되자 캘리포니아주 규제기관은 LA 카운티 공공의료 시스템의 대기 기간이 캘리포니아주 규정을 위반하는 지에 대한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가주 건강보험국(DMHC)의 레이첼 아레졸라 대변인은 “진료를 받기위해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타임스가 확보한 6명의 LA 카운티 환자의 의료기록에 따르면 전문의 진료를 위해 최소한 3개월을 기다려야 했고 모두 치료가 요구되는 질병으로 사망했다. 대기 기간이 환자의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의사들은 환자가 더 빠른 치료를 받아야 했음을 인정했다. 특히 심장질환, 당뇨병, 암 등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전문의 진료를 받기 위한 대기 기간이 사망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이에 대해 LA 카운티 보건국의 크리스티나 갈리 박사는 최근 수년 간 시스템을 개선하고 더 많은 전문의를 고용해 대기 기간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어 갈리 박사는 2019년 3분기 현재 전문의 대기 기간은 15일 이내부터 3~6개월까지로 나뉘는데 환자들의 73%가 최적의 시기에 진료를 받았고 나머지 환자들 대다수는 예약을 늦추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LA타임스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많은 환자들이 여전히 전문의 방문을 위해 오래동안 기다려야 했고 약 40%의 환자들이 진료 예약이 가능했다. 다음 예약이 이루어질 때까지 평균 대기 기간은 112일이었으며 이는 보건당국이 권고한 6개월 이내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었다. 또 타임스 조사는 2주, 1개월, 6개월 내 다음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57%만이 예약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가주 건강보험국(DMHC)은 지난 2010년 환자가 HMO보험 소속 의사로부터 예약 후 늦어도 10일 내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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