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 예배 중요한가

2020-09-23 (수) 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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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재확산으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한인 교회들이 대면 예배를 재개하는가 하면 선밸리 지역의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대놓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이를 접한 많은 한인들이 제기하는 질문이 있다. “이 시기에 꼭 교회에서 예배 모임을 가져야 하나?”

LA도 많은 한인 교회들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예배를 6개월 넘게 실시하고 있지만 일부 교회들은 현장 예배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LA 카운티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처럼 교회가 코로나 재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명예를 당하기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우리는 많은 희생을 치르고 또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일∼12일 사이에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86만건으로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20주 연속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을 정도로 고용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식당 등 업소 리뷰 서비스인 ‘옐프’의 최근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 3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영구 폐업한 업소의 수는 16만3,735개로 이 수치는 현재 임시 휴업 업소의 60%에 해당한다. 피해가 가장 큰 업종은 요식업소로 3만2,000여개가 문을 닫았다. 한인타운 내 ‘전원’, ‘동일장’, ‘베버리 순두부’의 폐업도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셈이다.

현장 예배가 코로나19의 재확산과 경제적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하는 것은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종교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반론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장 예배가 성도들에게는 ‘풍성한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겠지만 주변 이웃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코로나19 감염 걱정에 불안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생명과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전염병 창궐 상황에서는 어떤 신앙도 이웃의 안전보다 앞서지 않는다는 상식이 기독교 신앙의 전제가 되어야 함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장 예배는 기독교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안식일에 마음과 시간을 예배라는 형식으로 ‘하나님에게 올리는’ 개인 신앙적 의미와 함께 예배 후 성도들 간의 식사와 교제라는 공동체적 의미를 동시에 갖는, 성도와 교회 모두에게 각별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이웃들이 코로나19 전염으로 생계와 일터를 잃거나 일상을 박탈당하는 고통을 주면서 진행하는 예배가 과연 진정한 예배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구약성경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당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공의와 정의를 삶에서 실천하지 않으면서 하늘에 올리는 제사(예배)는 다 쓸모없고 역겨울 뿐 아니라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다”고 전했다.

예수도 새 계명을 제자들에게 주면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했던 것도 기독교 신앙이 개인 영성의 성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이웃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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