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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 감독 작품 통해 시대상 분석” 영문학술서 ‘봉준호 영화들’ 펴낸 이남 교수

2020-09-22 (화)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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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 감독 작품 통해 시대상 분석” 영문학술서 ‘봉준호 영화들’ 펴낸 이남 교수

채프만 대학의 이남 교수가 자신이 펴낸 학술서 ‘봉준호 영화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세계를 분석한 영문 학술서가 나왔다. 럿거스 대학출판사가 오는 26일자로 출간하는 이남 교수의 ‘봉준호 영화들’(The Films of Bong Joon Ho)이다. 미국 대학 출판사가 펴낸 봉준호 감독을 다룬 최초의 학술서다.

오렌지카운티 채프만 대학의 닷지 영화 미디어 예술대에서 한국 영화를 가르치는 이남 교수는 “관심을 가졌던 연구 분야가 1980년대 영화들인데 봉 감독의 영화들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를 다루고 있다. 특히 80년대에 대한 봉 감독의 시선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학술서에는 봉 감독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2000)부터 ‘옥자’(2019)까지 6편의 영화가 지닌 사회상 반영 및 영화적 분석이 5개의 챕터를 이루고 결론에 가서 현 시대의 중심에 선 ‘기생충’에 대한 분석으로 새로운 시작을 조망한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을 두고 사회적 약자를 향해 시선이 가 있으며, 한국적인 스토리지만 글로벌한 장르에 접목시키고 해피엔딩, 반성공적인 스토리인데, 한국적인 상황에 갖다 놓으면 한국, 지역, 글로벌 충돌을 영화적, 장르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낸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가 봉준호 감독과 첫 대담을 가진 것은 2006년 AFI 영화제에 ‘괴물’(Host)이 초청되었을 때다. 2011년 채프만대에서 개최한 부산국제영화제 LA행사 ‘부산 웨스트’에 봉 감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 교수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과 ‘괴물’은 한국의 지역적 상황을 다루며 글로벌 관객들을 끌어들인 작품들”이라고 화두를 꺼냈다. 이어 그는 “‘괴물’은 80년대 대학을 다닌 386세대를 괴수 장르라는 엔터테인먼트 속에 녹여낸 영화다. 지금은 무능한, IT산업에 돈 때문에 후배를 배신하는 386세대, 그리고 5·18 민주화 투쟁에 대한 알레고리가 있다”며 “영화적인 비전에 대한 고집이 세고 자신의 비전을 성공으로 이끈 감독으로 평가받는데 ‘괴물’부터 봉 감독의 영화는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다음달 미국 내 극장 상영 예정인 봉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살인의 추억’(Memories of Murder)도 80년대가 배경인 영화다. 형사들이 범인을 잡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것은 군사정권 체제를 지키려는 경찰을 시위에 동원하는 바람에 지원을 해주지 못해서임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연쇄살인사건으로 80년대를 이야기한 ‘살인의 추억’은 제작 당시 형사 사건이 미제로 남아 있어서 상업적으로 보면 ‘독’인 요소였다. 엔딩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많이 했지만 봉 감독은 결국 자신의 비전을 조심스럽게 지키는 작가주의로 영화 흥행을 이끌었다”로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3~4년에 한 편씩 제작, 자신에 대한 성실함이 있고 자신감을 표현하며 타협하지 않는 감독으로 영화의 리듬이 체화되어 있는 시네파일의 새로운 세대를 대변한 감독”이라고 결론지었다.

서울대를 나와 한국에서 영화 기자로 활동했던 이남 교수는 USC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2009년 채프만대학 교수로 부임해 2017년 종신교수가 됐다. 현재 대학원 수업 석사과정 ‘영화이론’ ‘세계영화사’ ‘논문지도’ 학부과정 ‘한국영화, 동아시아영화’ ‘프랑스 영화’를 강의하고 있으며 박사논문과 연관된 ‘여성 감독들 영화’를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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